우리가 익히 아는 것으로 불매운동이 있다. 대개는 제품의 품질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이뤄진다. 예컨대 서민들의 술인 소주시장에서 모 소주 제품에는 자기 회사의 대주주 명단이 그림표로 친절하게 그려져있다. 이것은 그 회사의 기존 경영진이 몰락하면서 일본 자본이 새로이 그 회사를 인수했다는 그럴듯한 소문이 퍼졌고, 그래서 사람들이 음식점이나 술집 등지에 가면 꼭 다른 술을 특정해 주문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불매운동가의 개인체험은 재미있다. 미국의 어떤 사람은 “중국 제품을 쓰지 않기로 결심했으나 그후 중국제품을 쓰지 않고 살자니 도저히 살 수 없었다”고 고백했고 책을 냈다. 도대체 생활의 편의를 위한 구매행위라는 본질은 간데 없고, 제품의 하자와는 별개인 이런 불매운동 불매체험이 성공할 수 있을까? 소비자의 선택 및 사용과 관련된 제품 하자가 아닌 다른 목적의 불매운동이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여태껏 들어보지 못했다.
소비자는 정치적으로는 유권자이다. 정치의 세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후보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일어난다. 우선 후보 검증은 재미있다. 호기심천국이나 소설책, 영화 등은 저리 가라 할 정도이다. 몰래 사생활을 훔쳐보는 관음증(觀淫症) 정도가 아니라 인민재판 식으로 발가벗기니 죄책감도 없다. 넋이 나간다. 나와는 전혀 상관 없는 일이니 즐기기만 하면 된다. 그러다 보니 자기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할 때가 있다. 이때 속에서 “정신차려 이 친구야!”라는 불호령이 내린다. 그렇다. 호기심천국이 내 구매행위(투표행위)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 형이나 처남 재산이면 어떻고 후보 재산이면 어떤가? 그게 달라지면 그 사람이 일을 잘하고 못하고가 달라지는가?
대부분의 불매운동이 그랬듯, 또 가깝게는 지난 2002년 대선의 거짓되고 조작된 검증으로 인해 선택이 바뀐 경험이 그랬듯, 대개는 본질과는 상관없는 일들이다. 잘못했으면 법에 따라 처벌하면 되고, 시효가 지난 일들은 그야말로 과거사일 뿐이기 때문이다. 소주의 품질이 중요하고 편의를 누릴 수 있는 제품이면 (싫어하는?) 중국산이라도 거부할 수 없듯, 대선에서도 중요한 것은 그들이 시행하겠다고 하는 정책과 나의 손익간의 관계이다. 우리 국민들은 그간 정부의 잘못된 정책 하에서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어왔는가? 또 다시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후보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호기심 천국을 유발해 관심을 돌리려는 사람들의 속셈을 꿰뚫어 보아야 한다. 불매운동에 혼을 빼앗기기보다는 소비자로서 계산기를 두드리듯, 유권자로서도 계산기를 제대로 두드릴 일이다.
박 종 운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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