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 대해 평가한다는 것은 심한 고통을 요구한다. 필자는 각종 언론매체의 요청과 기관심사, 정책평가 등에 자주 동원된다. 그때마다 비판적인 평가를 해야 할 때 결코 쉽게 말할 수 없다. 보이는 현상에 대해 단순한 판단을 하는 정량적 판단보다는 원인과 과정 결과 등에 대한 다양하고도 정성적인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정부 기관이나 경기도를 비롯한 자치단체들도 기업들에게서 배운 ‘평가제도’를 도입해 기관이나 정책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다.
특히 김문수 지사의 경기도는 여러 부분에서 기관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평가 이후에 기관의 통·폐합이 거론되며 벌써부터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며 이 과정에서 경기도박물관장은 임기를 마치기 전에 사표를 내기도 했다.
물론 평가는 냉정하게 진행돼야한다. 그러나 현행 우리나라의 평가항목이나 평가방법 등이 과연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인가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다. 예를 들어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을 건설하는 비용을 도로와 공장 등을 지어 거둬 들이는 이익과 비교하는 단순평가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낫다.
또 문화기관 평가에 있어 예년보다 관람객들이 대폭 증가했다는 양적 팽창만을 근거로 그 기관이 무조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아야 하는가이다. 대체로 우리 사회의 평가 항목을 보면 최대만족, 만족, 보통, 불만족, 극히 불만족 등의 5단계로 구성됐으며 관람객들의 다양한 요구와 만족도 등을 감성적으로 분석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이같은 정량적 평가 항목으로 문화기관을 평가한다는 것은 키가 크면 멋있고 작으면 볼품없다는 저급한 논리와 다를 바 없다. 또한 행정 기관의 정책이나 박물관, 미술관, 문화기관 등의 정책이나 사업 등이 이윤추구의 목적만을 가치 판단의 척도로 삼는 기업들의 평가 항목이나 방법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사람의 감성이나 다양성을 무시한, 마치 인간을 생산기계로 여기는 것과 다름이 아니며 과연 문화정책이나 문화행위들을 문화산업으로만 바라보며 이익을 남기고 경쟁에서 살아남아 이기는 것을 강요받아야 하는가이다.
행정기관의 정책과 문화기관의 사업의 시행은 공익과 공공성 등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못하면 잘라버려야 하는 살벌한 게 아니다. 어려운 곳에 더 관심을 가져야하고 즐거워야 할 곳에 더 예산과 조직을 투입해야하며 못하는 곳은 미래에 대한 관점으로 더욱 잘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공공기관이 수행해야할 일들이다.
그렇다고 방만하게 운영하는 기관들을 그대로 두자는 건 아니다. 문제는 문화기관들의 사업들을 방만하다고 바라보는 기업식 관료주의자들의 시각이다.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는 비문화적 평가방식에서 탈피한 사람냄새가 나고 문화적 감수성과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감성이 있는 ‘평가지표’나 ‘평가방법’ 등을 개발해 낼 수는 없는 것인가이다. 오히려 경기도가 먼저 이러한 감성평가지수를 개발하는데 앞장서보는 게 어떨까한다.
아울러 평가의 주체와 객체에는 시민(도민)들이 주인이어야 하는데 시민들은 도구가 아닌 목표가 돼야함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김문수 지사는 일을 많이 한다고 한다. 김 지사는 하는 일의 양을 기준으로 판단하려는 조급증보다는 잘 노는 사람이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감성이 있었으면 한다.
벌써부터 ‘노 문수’, 또는 ‘김 주사’라고 놀리는 우스갯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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