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발표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 시내 초등학생의 38%가 ‘6·25는 조선시대에 일어난 전쟁’으로 알고 있다고 한다. 기막힌 일이다. 57주년을 맞이한 6·25는 이제 젊은 세대들에게는 잊혀진 기억이 됐다.
남의 나라 역사와 언어를 가르치데만 혈안이 됐던 우리는 우리의 소중한 역사를 후손들에게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잘못을 범했다. 해마다 6월이 되면 ‘호국보훈의 달’이라는 구호만 요란했지, 정작 이들의 소중한 뜻과 정신을 기리는 일은 소홀히 하다 보니 1년에 단 하루 뿐인 현충일이 그저 ‘노는 날’이 돼버린 지 오래다.
그래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현충일에 조기를 게양하지 않는 집이 소수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조기를 게양한 집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
미국 수도 워싱턴 시내 한복판에 있는 국립공원에는 한국참전기념비가 건립돼 있다. 그 기념비에는 ‘자유는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그렇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피를 흘렸던 참전용사들이 있었고, 잔혹한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였던 애국지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목숨 바쳐 희생한 이들을 위한 보답은 무엇이었는가. 아직도 한국전 당시 전사한 13만여명의 호국용사들은 시신도 찾지 못한 상태다. 미국은 유해확인센터(CILHI)까지 설치해 가면서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당시 숨진 미군의 유해를 끈질기게 찾고 있다는데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한국전쟁을 비롯 베트남전까지 합쳐 전사자 유해가 엄청난데도 한국은 그간 이들 희생자의 유해 확인과 송환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다. 나라가 목숨 바쳐 충성한 이들에게 보상은 커녕 시신조차 수습해 주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칠 수 있겠는가.
더욱이 국가유공자나 보훈가족들에 대한 처우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민족문제연구소가 독립유공자 후손 5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표본조사에 따르면 60%가 직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국에 몸 바쳐 희생당한 애국선열의 후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가난의 대물림으로 생계와의 전쟁에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순국선열들의 희생의 대가로 우리가 자유와 번영을 누리고 있다면, 이제는 이들의 희생에 보답해야 한다. 6월을 보내며, 과연 우리들 각자는 무엇으로 이들의 희생에 보답해야 할 지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장정은 경기도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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