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혁신’의 의미

이 인 권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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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전남 광양시가 마련한 공무원 혁신교육에서 특강을 할 기회가 있었다. 제철소를 지역 산업기반의 중심에 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로서 주민의 평균소득이 2만달러가 넘는 지역에서의 관심은 단기적으로는 공직자들의 문화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런 특강은 전체 공무원들의 월례조회를 이용하여 지역 현안과 사회의 이슈들에 대해 지역 공무원노조가 주도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처럼 각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하여 공공 분야에서 ‘혁신’이라는 말이 키워드가 되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는 굳이 혁신을 말하지 않고도 조직의 수익창출을 목표로 하다보면 항상 긴장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혁신 프로그램이 실천되고 있어 왔다. 이제는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기업은 ‘일류’가 아니라 ‘초일류’를 목표로 두고 경영하지 않고는 안 되는 ‘초경쟁(hypercompetition) 환경’이 되었다.

원래 문화란 대표적인 인류학자 타일러가 정의한대로 호모 사피엔스로서 ‘인간이 행하는 총체적인 활동의 결정체’라고 한다면 그 문화가 21세기에 들어서며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신기술 발달과 이로 인한 인간 의식구조의 변화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패러다임의 변환을 가져오고 있다. 이 상상을 초월하는 문화의 발전 속에서 과거의 사고습관과 생활양식을 갖고는 경쟁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면서 이제 공공 영역에서 그 문화의 흐름에 동승하기 위해서 혁신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것이다. 달리 말해, 경쟁을 통해 최후의 승부를 가리게 되는 민간기업의 효과적인 경영성과 창의성을 공직사회에 도입하자는 것이다. 부단하게 자기 쇄신과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한 체질로 단련되어 있는 민간의 경쟁기반과 협력과 상생의 톱니바퀴가 되어야 하는 공공조직이 대등한 경쟁 위상을 확보하려고 하면 과거에 안주할 수가 없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잭 웰치 회장이 초일류기업 목표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주창했던 혁신이 바로 효율성 체계, 형식파괴, 학습조직 도입을 근간으로 하는 워크아웃(workout) 프로그램이었다. 그는 거대공룡같이 침체된 조직의 생산성을 배가하기 위해 각 요소요소에 만연되어 있는 관료주의를 척결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일선의 생산직 직원에서부터 고위직 간부에 이르기까지 ‘현장에서 공부하고 체험하며 얻은 아이디어와 착상을 기업 활동에 적용하게 하는 대장정’에 나서도록 한 것이다.

조직의 경영은 두 가지 목표가 있다. 과거로부터 연속되는 업무의 유지와 이를 한 단계 발전시켜나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여기에서 행정은 시스템의 현상유지에 다름 아니며, 혁신은 미래의 새로운 일을 창출해 내는 것이다. 그래서 공직사회 ‘행정’이라는 말도 전근대적인 의미가 되어버려 이제는 ‘거버넌스’가 새로운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제 21세기에 하루가 다르게 변화 발전하는 문화의 현상 속에 현실에 안주하게 된다면 미래가 보장될 수 없게 된다. 혁신을 해야 하는 당위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비단 한 조직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도 문화의 변화 트렌드를 체감하지 못하고 자기 발전과 자기 계발의 노력을 쏟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출 수가 없다. 한 마디로, 지금 우리사회를 휩쓸고 있는 혁신은 다름 아닌 시대의 사회문화 흐름을 따라잡아 거기에 순응하여 미래를 준비하자는, 과거로부터의 과감한 자세와 행동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인 권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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