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의 눈으로 본 내신 논쟁

박종운 경기도 경제단체연합회 사무총장
기자페이지

최근 2008 대입시험에서 논술 반영비율을 놓고 대학들과 교육부간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사립대학들은 내신 1~4 등급을 동점 처리하고 서울대는 내신 1·2등급을 동점처리 하겠다는 것이고, 교육부는 내신 무력화라며 이를 철회하라며 지원중단, 학사감사(學事監査), 교수정원 증원 불허 등으로 압박하고 있다. 사립대나 서울대가 하려는 방안이 내신 무력화인 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같은 내신 1등급이 수능에서 최고 7등급 이상의 차이가 날 정도로 엉터리라는 보도에서 보여지듯 기존 내신제도가 평가의 기준으로 삼기엔 터무니없기 때문이다.

고교 등급제가 연좌제의 요소를 안고 있어 문제가 되듯이, 역으로 내신제도 우수 학생들이 많은 학교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내신의 불리함을 안게 되는, 또 다른 연좌제 요소를 안고 있어 문제다. 그래서 대학측이 내신에 대해 객관적 평가기준으로서의 불신을 표명한 것이 이번 사태의 발단이다. 신뢰가 없다면 모든 것이 허물어지고 만다. 우선적으로 현행 내신제도를 대학이 신뢰할 수 있는 제도로 바꾸어 나가기 전에는 해결책이 없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교육부의 획일적 강제와 명령의 태도이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원리의 핵심이 개인 내지 개체의 자유로운 선택의 권리인데, 교육부는 교육부가 정한 지침대로만 선택하고 선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의 획일적 강제와 명령은 학부모(그리고 학생)들의 학교선택권, 그리고 학교측의 학생 선발권의 본질적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또 교육부에 의해 강요된 획일적·평등적 교육이 대학들을 질식시켜 경쟁력을 막고 있다. 기업과 사회가 요구하는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아 입사 후 다시 교육시키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반도체·IT·가전·자동차·조선 등 세계 일류 회사들이 즐비한 나라에서, 세계 100위권 안에 드는 대학들이 별로 없다는 것도 ‘신기한’ 현상이다. 그 원인은 단 하나이다. 회사들은 마음에 드는 인재를 자율적으로 고를 수 있고, 대학은 교수를 포함하여 학생들까지 자율적으로 모실 수 없다는데 원인이 있다.

남에게 봉사하는 사람만이 그 봉사의 가치를 인정받고 또 그럴수록 잘 되는 것이 시장경제이다. 대학도 기업에게, 학부모에게, 또 학생에게 잘 봉사할 때에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고 세계수준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우수 학생을 바탕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추구하려는 대학측의 노력을, 좌파정권의 ‘대학평준화’ 발상에 입각하여 발목잡으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박종운 경기도 경제단체연합회 사무총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