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추진한 사법개혁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로스쿨 관련 법안이 1년 7개월이 지나도록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못되고 있다. 6월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오는 2009년 로스쿨 제도의 시행은 사실상 불가능해 진다고 한다. 어떤 법안이든지 간에 오랫동안 국회에서 표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나 기왕지사 이렇게 된 것 로스쿨 제도 도입에 관해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재 영미법계의 법률문화가 세계화를 주도하고 있지만 각 나라들마다 법률문화와 그 역사는 다를 수밖에 없고 그 고유의 장단점 역시 다르다. 적어도 필자가 알고 있는 미국식 로스쿨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토론위주의 교육방식에 의한 Case Method라고 할 것이다. 영미에서도 로스쿨을 졸업했다 해도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고 철저히 실무를 경험해야만 전문적인 변호사가 될 수 있다. 즉 로스쿨은 전문가를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고 그 자질을 갖춘 인재들을 배양해 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법제도 개혁의 핵심은 단순히 사법시험제도를 폐지하고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는 형식적인 문제가 아니라 논리적 사고능력과 다양한 법률지식을 배양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론의 문제로 귀결된다. 현재 사법연수원 역시 판결문과 공소장 작성위주의 교육을 벗어나 전문 법률교육을 확대하고 변호사 교육을 강화하고 있고, 대한변협은 사법연수원 제도를 변호사연수원으로 대체하고 모든 판·검사는 3년 이상의 변호사 경력을 갖춘 법조인 중에서 선발하는 방식의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최근 미국식 로스쿨제도를 변형한 ‘학부로스쿨’제도의 도입도 주장되고 있다고 한다. 나름대로 새로운 법조인 선발방식 도입에 따르는 위험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대안일 것이다. 다만 이러한 모든 논의가 로스쿨을 위한 로스쿨 도입이 아닌, 그리고 특정 집단의 이해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닌 국가와 국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훌륭한 법조인들을 선발하기 위한 것이기를 바랄뿐이다.
/정재훈 변호사·소산 종합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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