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항 주변에는 항의성 플래카드들이 여럿 내걸렸다. ‘인천항 내항 살리기 대책위원회’란 단체가 ‘인천항 내항 8부두를 친수공간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붙인 플래카드들이다.
이분들에게 인천항 내항 8부두는 속히 없어져야 될 존재다. 생업에 방해되는데다 환경문제와 교통체증만 유발하는 골치 아픈 대상일 뿐이다. 이분들의 주장을 들으면서 가장 먼저 죄송한 마음이 앞섰다. 이분들이 과거 고철부두로 활용됐던 인천항 내항 8부두 때문에 겪은 불편함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분들의 고통을 최소화시켜드리지 못했던 게 안타깝고 항만과 지역사회를 조화시키며 인천항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은 더욱 무거워진다.
만약 모든 분들이 항만은 불편하고 귀찮은 존재로 생각한다면 인천항 내항 8부두는 즉시 폐쇄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런 의견을 가진 분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오히려 인천항이 인천지역 경제는 물론 국가경제 운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고, 오히려 더 발전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다. 경기일보를 비롯한 많은 지역언론에는 인천항과 관련된 기사들이 거의 매일 보도된다. 아마 언론인들을 포함한 많은 경제인들이 항만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된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인천항은 인천 지역경제의 33%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대 25%에 이르는 고용유발 효과도 있다고 한다. 항만 관련 업종만 43개에 이를 정도라고 한다. 인천항 내항 8부두 역할도 막중하다. 인천항 내항 8부두는 앞으로 청정화물 위주로 연간 150만t의 화물을 처리할 계획이다. 만약 인천항 내항 8부두가 폐쇄되면 그 많은 화물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아마 많은 화물들이 평택항이나 다른 도시로 갈 것이고, 인천항 관련 종사자들은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된다. 인천항 내항의 구조상 8부두가 폐쇄되면 인근 부두인 1두부와 7부두, 6부두 등 내항 절반이 항만 기능을 상실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8부두 친수공간화는 사실상 인천항 죽이기가 되는 셈이다.
친수공간화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의견은 십분 이해된다. 이를 위해 인천항만공사는 인천항 내항 8부두를 분진 피해가 없는 청정화물 전용부두로 재조성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인천시는 인천신항 건설에 맞춰 인천항 내항 8부두를 비롯한 내항 일대를 친수공간으로 조성한다는 장기 발전계획을 이미 수립해 놓은 상태다.
송구스러운 마음이 앞서지만, 인천항이 인천경제 전체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말씀을 드린다.
/서정호 인천항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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