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大木匠 신응수

황 평 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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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전통문화가 주목받아야 하는 여러 이유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생태 환경적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공예품이나 공연에서의 예술적 가치를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높은 장인 정신과 예술적 가치와 함께 우리의 전통문화는 자연을 닮고 욕심을 내지 않고 주변과 조화하는, 즉 앞으로 인류가 지향해야 할 친환경적이고 생태적이라는 것인데 이는 앞으로 인류가 지향해야할 과제를 우리 선조들이 먼저 추구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전통문화가 날이 갈수록 단절되고 있으며, 배우려는 사람들도 줄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특정분야는 돈이 넘쳐 배우려는 사람들도 늘고, 오히려 지나친 모습이 거슬리기도 하지만 공예분야는 대가 끊어질 위험이 많은 분야들이 수두룩하다.

이런 지경까지 오게 된 건 누구의 책임일까? 많은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책임이라고 지적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냉정하게 반성해 볼 대목이 있다. 우리들 스스로가 빠른 것, 편리한 것, 대량 생산물 등에 길들여져 생태적이고 친환경적인 삶을 스스로 포기하진 않았는지 말이다. 즉 우리들 생활 속에서 묵을 갈고 붓으로 글자를 써보거나, 한지로 선물을 포장하거나 도배를 하거나 아파트생활 속에서 방문이나 창 등을 전통양식으로 활용해 보는 것을 실천하지 못했다.

생활 속의 실천은 수요를 창출하고 수요를 따라가기 위해선 공급이 된다. 이렇다면 자연스러운 순환구조가 생성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필자는 문화재를 공부할 때 우리의 의·식·주 중에 집을 선택했다. 사람살이가 문화인데 우선 공간개념을 배우기 위해 목수 신영훈 선생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 당시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이론은 골방에서 배우고 전국의 한옥 현장을 찾아다녔다.

무수한 한국의 대학 중 한국건축학과는 단 한곳도 없었다. 겨우 7년 전 부여에 전통문화학교가 만들어져 3년 전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참으로 기구한 한국 건축계의 현실이다.

이때 대목장 신응수 선생을 알게 됐다. 선생은 충북 청원 출신인데 중학교를 마치고 10대 후반 사촌형 손에 이끌려 한옥 건축현장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궁궐 건축 목수의 적통을 이어오던 조원재와 이광규라는 스승을 만나 오늘날 경복궁과 창덕궁, 창경궁, 수원화성 성곽 장안문 등 전통 건축 복원·보수공사와 아울러 청와대 상춘재나 대통령 관저, 삼청동 총리공관 등을 짓는 큰 목수로 성장했다.

이런 그가 후배들과 많은 시민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한국전통건축박물관을 부천시 원미구 역곡동에 1만여평 땅을 시로부터 구입해 지으려 한단다. 필자는 선생이 다른 지역에서 박물관을 지으려다 지친 일화를 알고 있으면서 가슴이 아팠었다. 부천에 최종적으로 결정이 나게 됐다니 선생의 기쁨보다는 경기도와 부천시는 복덩이가 굴러왔을 것이다. 선생이 추구하는 박물관은 사람들이 한옥의 겉만 보는 게 아니라, 포나 서까래 등 한옥의 속살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박물관을 짓고 싶고 후배 목수들을 위한 교육 공간으로도 활용하고자 한단다.

또한 박물관 내에는 실제 전통 건축에 있다가 교체한 실물 부재와 강릉 객사문과 수덕사 대웅전 등의 국보급 문화재들을 축소 재현한 모형 건축물, 창덕궁 낙선재 등 궁궐이나 전통 양반 가옥의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생활체험관 등도 들어선다고 한다.

박물관이 완성되면 선생도 여기서 후학을 키우며 사시겠다고 한다.

/황 평 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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