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아픔인 남북의 대치로 인해 역설적으로 DMZ와 한탄강 일대는 건설자본의 개발로부터 살아남은 몇 안되는 곳 중의 하나이다.
건설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에 의해 수몰당할 위기에 처해있는 한탄강 일대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동북아지역의 중요한 구석기 유적지이다. 더불어 이 일대는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등의 선사시대와 삼국시대, 고려, 조선, 근대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 자연경관의 흔적과 신비 등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천혜의 보고(寶庫)이다.
전곡리와 철원의 장흥리를 잇는 중간에 위치한 한탄강댐 예정지는 강 양안으로 매우 넓은 구석기유물 포함층인 제4기의 고토양층이 분포하고 있다. 이곳에선 지금까지 다양한 형태의 구석기 유물과 선사시대 유물 등이 수습되고 있다.
따라서 한탄강 일대는 아직까지 학술적으로 연구해 그 성과를 기록하고 남겨야 할 우리나라, 아니 세계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나아가 역사와 문화와 자연경관이 잘 보존된 이곳은 우리나라 문화재보호법으로는 역사문화지구로 남겨 보존해야 하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해 세계 인류와 공동으로 보존하고 가꿔야할 인류유산의 가치가 높은 곳이다.
그렇다면 세계적으로 구석기 유물이 온존하게 존재하는 나라가 과연 얼마나 되는가? 일본은 구석기유물이 없다보니 조작을 한 다음 들통이 나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됐던 사실이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있는 유적지조차 지키지 못하고 없애기에 혈안이 돼있다.
이미 감사원에선 한탄강댐은 건설되어선 안될 사업으로 결론이 난 것을 건설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 등과 건설자본들은 왜 지역 갈등을 일으키고, 천혜의 자연 경관과 역사문화 유적지를 파괴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 미국이나 유럽 등은 대규모 댐 건설사업에 대해 사양사업으로 분류하고 기존 댐들도 원래의 자연 상태로 돌이키고 있는데 말이다.
홍수 조절이라면 소규모 저장시설과 가구마다, 또는 마을마다 자급 가능한 저장시설을 확충하는 생태환경적 방안을 강구하는 게 미래에 대한 현명한 준비이다. 즉 지속 가능하며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근본적인 시스템을 찾아야 한다. 지금처럼 사람 눈을 속이고 엉터리 수치를 들이대는 방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한다.
또한 한탄강만이 갖는 문화사·자연사적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이 분야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위해 문화재 조사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정밀하게 재실시해야 될 것이며, 그 결과에 의해 댐 건설이 문화유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국민적 합의와 함께 객관적인 평가와 댐 건설이 필요 없다는 결론 도출이 이뤄져야 한다.
이제 토건세력의 이익만을 챙겨주는 대규모 건설사업은 한국에서 사라져야하며, 일부 투기세력들의 검은 거래 역시 뿌리를 뽑아야 한다. 오랜 지구의 운동이 선사한 신비의 땅, 인류의 역사와 문화가 자연과 조화로운 땅, 인간의 전쟁까지 포용하며 오히려 천혜의 경관을 선사한 땅, 한탄강 일대! 그 누가 감히 겁도 없이 이 땅을 함부로 하려는가? 물길을 돌리는 것은 사람의 핏줄을 돌리는 것이요, 땅을 파는 것은 사람의 몸을 파내는 것이다. 정말로 하늘이 두렵지 않은가?
/황 평 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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