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여름철 불청객 안면마비

찬 곳서 자거나 스트레스 심하면 발병 얼굴 따뜻하게 하고 절대 안정 취해야

택시운전을 하던 박기사는 어느날 잠에서 깨어나니 얼굴이 돌아갔다며 병원을 찾아왔다. 며칠동안 감기기운이 있는 것처럼 피곤하던 중 날이 더워 에어컨을 켜놓고 바로 앞에서 잤다고 했다. 한방에선 이를 구안와사 또는 와사풍이라고 한다.

와사풍의 이유는 여러가지이다. 일단 와사풍에 걸리면 중풍과 구별하는 게 급선무이다. 중풍은 중추성 안면마비라고 하는데 얼굴이 돌아 가는 것만이 아니라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러운 증상이 같이 나타난다.

중풍이 아니라 얼굴만 마비된 말초성 안면마비의 경우는 이에 맞춰 치료해야 한다. 증세는 얼굴에 찬바람을 직접 맞았을 때나 찬 곳에서 잠을 잔 뒤 또는 감기를 앓고 난 후 등에 자주 발생한다. 여름에는 에어콘을 많이 쐬면서 잠이 들었을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학생이나 직장인의 경우 무리한 업무나 시험공부로 얼굴이 마비되는 경우가 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으로도 발생하며 이 경우 항바이러스 치료가 필요하다.

구안와사 치료시기는 크게 급성기, 아급성기, 만성기 등 3기로 나뉜다. 먼저 급성기는 발병 후 초기 3~5일 정도를 말하는데 이 시기는 질병의 진행기로 점차 입이 돌아가는 정도가 심해지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최대한 안정하고 스트레스나 풍한의 자극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얼굴은 따뜻하게 유지하며 찬물을 마시거나 찬물로 이를 닦는 것도 좋지 않으며 머리를 감는 것도 가능하면 자제해야 한다.

아급성기는 1주일 후부터 4주일까지로 질병이 회복되는 시기이다. 보통은 매일 침치료와 마사지 등의 물리치료를 받기를 권유하며 이 시기 병증의 대부분이 회복된다. 회복이 빠른 경우는 발병 후 5일 정도부터 얼굴이 부드러워지고 마비가 풀리는 경우도 있으나 회복 속도는 개인별로 다르므로 초조해하지 말고 치료에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 간혹 회복이 느린 경우는 찬 기운을 피하고 안정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4주일 이후, 즉 발병 후 1개월 이상 된 경우는 만성기로 1주일에 2~3회 정도 침치료를 받는 게 좋다. 만성기에 들어선 경우 증상의 회복이 유난히 느리면 스트레스성 질환이다. 환자 주변 여건을 살펴 스트레스가 더 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간혹 스트레스가 해소되면 갑자기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도 있다.

치료 중 주의할 점이 있다. 먼저 병이 발생한 후 1주일은 급성기나 진행기 등으로 이 시기에는 대부분 증상이 진행된다. 이 시기 치료 목표는 최대한 증상의 진행을 막는 것인만큼 처음 병이 발생한 1주일은 증상이 악화되더라도 원래 병의 진행이 그렇다는 점을 인식하고 증상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새벽녘의 찬바람을 쐬지 않고 냉장고에서 금방 꺼낸 찬물을 마시지 않으며 세수 및 양치시 미지근한 물을 이용해야 한다. 초기 1주일은 스트레스를 피하고 휴식을 취하고 머리를 감지 않거나 바로 말려 찬 기운을 피해야 하며 눈물이 많이 나거나 눈이 따가운 경우는 인공눈물을 수시로 넣어 줘야 한다.

/안대종 안양 중화한방병원장·한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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