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란 이름을 들으면 바로 ‘백의 천사’란 표현을 떠올리게 된다.
나이팅게일은 19세기 중엽 크림전쟁 당시 터키 전장의 영국군 야전병원에서 간호사로 봉사했는데 당시의 명성이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병자를 직접 수술하고 치료하는 의사들도 있는데 어떻게 간호사가 그렇게 알려졌을까?
크림전쟁 당시 종군기자들이 영국 신문에 야전병원의 열악한 상황을 알렸을 때 영국 정부는 나이팅게일을 비롯한 소수의 여성 간호사들을 현지로 파견했다. 나이팅게일은 현지 병원에 도착, 전쟁 부상으로 죽는 사람보다 위생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질병에 감염돼 죽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그녀는 병동의 위생환경 개선작업에 착수, 오수 구덩이를 청소하고 환기구를 설치하고 건물 일부를 개축했다.
나이팅게일의 이같은 개혁작업으로 병원 사망률은 급격히 떨어져 전쟁 후반부에는 원정군 사망률이 영국 본국 군대 사망률의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졌다. 나이팅게일은 체계적으로 자료를 정리했고 자료로부터 통계를 만들어 이같은 사실을 입증했다.
나이팅게일은 어떤 주장이 힘을 얻으려면 객관적인 통계정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그래서 그녀는 데이터를 모았고 데이터를 요약, 통계를 만들었다. 나이팅게일이 제시하는 통계란 명백한 증거 앞에선 누구도 함부로 반박할 수 없었다. 그렇게도 비협조적이던 의무장교나 정책담당자들이 통계라는 증거 앞에 변화될 수밖에 없었고 이 결과 수많은 군인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나이팅게일은 통계를 통해 하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녀는 특히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행정가들은 반드시 통계 활용법을 배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나이팅게일 이후 15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통계에 대한 나이팅게일의 생각은 여전히 옳다. 오히려 지식정보화시대인 지금은 그때보다 더욱 더 그렇다고 해야 할 것이다.
/박진우 수원대 교수·통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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