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문화유산 환수, 이제 시작이다

박 두 례 부천문화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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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들지만 전쟁은 인간의 문화를 파괴하고 황폐하게 만든다. 모든 전쟁이 다 그렇다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지점에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처럼 정복전쟁으로 동과 서를 연결하여 헬레니즘 문화를 발생한 예는 드문 경우에 속할 것이다.

전쟁이 문화에 미치는 영향 중 가장 부정적인 영향은 다름 아닌 문화유산의 약탈행위이다. 이집트의 문화유산은 나폴레옹 원정 등으로 인하여 초토화 되었으며,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등 많은 문화유산이 팔이 잘려나가고 목이 잘려나가는 등 이리 찢기고 저리 찢겨 서구 열강의 박물관에 진열되어 있다. 이에 이집트, 그리스 등이 자국의 문화유산 반환 요구를 하고 있으나, 2002년 12월에는 서구열강의 18개 박물관장이 고대 문화재 반환을 거부한 사실은 그들의 적반하장과 안하무인의 극을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우리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임진왜란과 근대화 과정에서 많은 문화재가 해외로 약탈되어 갔다. 우리의 고려 불화는 일본의 사찰에 보관된 경우가 허다하며, 도공, 도서, 불상 등 약탈당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렇게 약탈당한 문화유산은 그들의 문화유산으로 둔갑해버려 원래부터 자신의 것인 양 포장되어 있거나, 쓸모없는 물건으로 취급당하고 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힘이 아닌 문화로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미국문화가 세계문화라는 등식을 성립시키고자 세계 각지로부터 미술품 등 각종 문화재를 사들여 문화의 중심을 파리에서 뉴욕으로 옮겨 놓는 데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이러한 미국의 노력은 문화를 확대재생산하여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챙기는 동시에 문화의 세기인 21세기를 맞이하여 그 결실을 맺고 있다. 또한 중국은 동북공정으로 우리나라의 고대사를 자국의 소수민족 역사로 편입하고 유네스코에 문화유산 등재를 시도하고 있다.

이와 같이 21세기는 더 이상 문화가 전쟁의 약탈품이나 전리품이 아니라 문화, 그 자체가 전쟁이고 문화의 우수성이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임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기에 문화유산의 중요성은 누구에게나 그 무엇보다도 절실한 것이 되었다.

유네스코는 1995년 발효시킨 ‘약탈·불법수출 문화재에 관한 협약’에서 전쟁으로 인한 약탈·유실 문화재는 시한 없이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2년부터 매년 5천만 위안에 이르는 ‘국가 중점 문물 반환 기금’을 마련하고 민간 골동품 수집가들과 시민사회단체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해외로 반출된 문화유산을 본격적으로 회수하기 시작하였으며, 그리스 등 문화유산을 침탈당한 세계 각국들도 범국가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최근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이 도쿄대로부터 되돌아 온 데 이어, 국내 한 방송사와 시민단체의 국민모금운동으로 김시민 장군의 공신교서를 일본의 고서점에서 구입하여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는 뜻깊은 일이 벌어졌다. 온통 나라가 수해로 침울한 때에 너무도 반가운 소식임에는 틀림없지만 한편 씁쓸한 마음 또한 감출 수가 없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통해 우리나라의 문화유산 환수에 국민적 관심과 노력이 지속적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내 문화유산에 대해서도 보다 철저한 보존, 보호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박 두 례 부천문화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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