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영어와의 전쟁에 빠져 있다. 영어권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필자도 그 경험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유치원생부터 이미 영어와의 싸움은 시작되고 있다. 대학에선 아예 졸업조건으로 토익·토플점수를 요구하고 있다. 보다 효과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 대학생 대부분이 1~2년동안 해외로 어학연수를 다녀 오는 건 이미 보편화됐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대학생이 산업현장에 취업한 후에도 영어전문학원을 다니며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 등을 쏟아 붓고 있다. 대입시험은 물론 각종 자격시험이나 진급시험 등에서도 영어는 필수과목이며 능력의 척도 측정치로 자리매김된지 오래다.
하필이면 영어실력으로 사람의 학습능력을 평가하는 것일까? 다른 전공과목들은 다소 난이도 차이가 있겠지만 그래도 몇 개월만 노력하면 어느 정도 이해와 정복이 가능하다. 그러나 영어는 단시일 내 마스터할 수 없다. 오랜 시간동안의 끈질긴 노력이 없이는 해결되지 않는다. 성실성, 지구력, 암기력 그리고 인내심 등을 모두 평가할 수 있는 과목이 영어 말고 또 무엇이 있겠는가?
우리의 영어구사능력이 최하위란 보도를 종종 접한다. 우리의 언어문법구조가 영어와 완전히 다른데다 동·서양 문화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영어는 사실 우리에겐 어렵다. 까닭은 영어는 철자와 발음이 다르고 ‘A’나 ‘An’, ‘The’ 등 관사가 우리뿐만 아니고 미국인들도 혼동하며 빼먹기 일쑤이기 때문인데다 구강훈련을 필요로 할만큼 우리들 혀로는 따라하기 힘든 발음과 엄청난 양의 어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문화와 기술 개발이 앞섰다는 말이다. 외교도 그렇다. 외교에는 외국어가 우선이다. 그것도 고급 영어를 구사해야 국익에 도움된다. 국익을 위해 몸을 바치겠다고 기염을 토하는 정치지도자가 외국인을 만나 입을 열지 못하면 상대가 어떻게 보겠는가? 회사 이익 극대화를 외치면서 정작 상담을 남에게 맡기는 사장이 있을까.
필자가 외국에서 공부하던 지난 80년대초만해도 학생들의 해외어학연수는 꿈도 꾸지 못했다. 요즘 어린 학생들의 해외 언어연수로 붐비는 비행기를 보면서 한국의 젊은이들이 세계를 지배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영어를 정복하는 방법은 소리 내 아침마다 한 시간씩 읽는 것이다. 해외 어학연수도 좋지만 지속적인 자기와의 싸움이 먼저다.
/김경수 경원대 회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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