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월드컵이 한창 진행 중이다. 얼마 전까지 수많은 국민들이 흥분과 환호성으로 잠시나마 우리의 일상을 통째로 흔들어놓았던 월드컵이었지만, 한국팀이 아쉽게 16강에 탈락을 한 이후 그 뜨거웠던 열기도 점차 가라앉고 차분한 심정으로 진정 월드컵을 즐기고 있다. 이 시점에서 월드컵을 다시 바라보고자 한다.
오늘날 급격한 사회 변화는 컴퓨터와 정보기술의 발달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기술의 발달은 인간생활의 다양한 생활모습과 의식의 변화를 가져왔고, 디지털기술을 바탕으로 한 멀티미디어는 전통적인 미디어에서 뉴미디어를 탄생시켰다.
인류는 어느 순간부터 다채널 다미디어 시대에 익숙하게 됐고, 세계화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월드컵도 이런 뉴미디어와 매스미디어로 전 세계인의 눈과 귀를 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세계 인류를 하나로 묶어내는 디지털미디어의 과학기술이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우리의 삶의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장 비근한 예로 월드컵은 축구경기이면서 재미있는 놀이, 오락인 셈이다. 또한 뉴미디어 기술로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의 체험 기회도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월드컵을 통해 보여지는 각 나라의 응원문화도 흥미롭지만 우리의 남녀노소 구분없이 외쳐대는 대~한민국 응원은 그 자체로 감동적이었다. 이 거리응원뿐만 아니라 찜질방에서도, 음식점에서도 외쳐대는 응원이 화제가 되어 세계 속에 새로운 응원문화를 낳기도 했다.
이런 여러 현상들이 디지털정보사회가 아니었다면 우리의 열정적인 응원도, 독일 현지에서 쏟아내는 환호도 함께 나누지 못했을 것이다. 거리와 시간차이로 결과의 소식만을 접했을 터인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디지털미디어 특성으로 세계가 동시에 들썩이고 세계의 다양한 문화가 우리 안방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디지털미디어로 인해 개방과 공유가 그 어느 시대보다도 활발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아마도 인간 본연의 모습에 부합되어 더욱 열광적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인간의 욕구를 월드컵을 통해 표출하고 그것을 보고 공감하기도 한다. 우리의 거리응원도 일면에는 그런 욕구와 의지가 있었을 것이다.
또 한가지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접근이다. 우리나라는 공중파 3사가 동시간대에 중계하는 반면 월드컵 개최국인 독일은 하루에 한 방송사만이 중계를 하고 있다는 것에 우리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축구가 아닌 다른 문화적 권리를 인정한다는 것,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그들의 사고방식이 좀더 문화적으로 선진국임을 입증하고 있다.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협약에서 문화다양성의 정의를, ‘문화다양성은 집단과 사회의 문화가 표현되는 다양한 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표현들은 집단 및 사회의 내부 또는 집단 및 사회 상호간에 전해진다. 문화다양성은 여러가지 문화적 표현을 통해 인류의 문화유산을 표현하고, 풍요롭게 하며, 전달하는데 사용되는 다양한 방식뿐만 아니라, 그 방법과 기술이 무엇이든지 간에 문화적 표현의 다양한 형태의 예술적 창조, 생산, 보급, 배포 및 향유를 통해서도 명확하게 나타난다”고 하였다.
우승도 중요하지만 월드컵이 세계의 문화를 이해하는 새로운 창이었으면 한다. 거창하지만 인류애를 가지는 기회와 문화간의 상호존중의 틀을 만들기를 기대하며, 더 나아가 세계 인류의 문화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고 보존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것이 성숙된 세계 시민이 되는 길이며 성숙한 시민사회를 이끄는 단초가 될 것이다.
/박 두 례 부천문화재단 상임이사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