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과 광교신도시

지난 주말 직원들과 광교산에 다녀왔다. 화창하면서 다소 더운 날씨였으나 산속 공기는 무척 상쾌했다. 직장생활이 바빠서였는지, 아니면 필자의 인지능력이 부족했었는지 개나리나 진달래, 벚꽃 등은 구경 한번 못해보고 이제서야 산길 옆에 철쭉 같은 꽃이 길게 늘어져 있음을 알아차렸다.

2주일에 한 번 정도는 꼭 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 살고 있던 차에 2개월만에 찾았으니 광교산에 미안한 마음이 산행내내 들었다. 광교산은 해발 582m로 높은 산은 아니나 규모면에서 작은 산은 아닐 것이다. 돌도 별로 없는 육산으로, 등산하고 산책하기엔 안성맞춤이며 수원의 가장 큰 휴식공간이자 자연학습장이다.

큰 산이 없는 수원에서 광교산은 허파 역할을 한다. 불행하게도 허파 일부는 잘려 나갈 것으로 보인다. 광교산 남동쪽 자락이 광교신도시에 편입되기 때문이다. 저밀도 친환경 신도시로 건설된다고 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원천유원지, 원천저수지, 신대저수지 등 수원 사람들에겐 정이 깊이 든 곳이다. 라일락 꽃향기 아래에서 먹는 막걸리와 오리백숙맛은 몇년내 사라질 것이다. 장기적으로 저수지가 오염될까도 걱정된다.

‘땅은 어머니요. 농부는 아버지’라고 한다. 땅은 진실하고 농부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농부가 아닌 사람이 땅을 파헤치면 땅은 망가지기 쉽다. 농부는 수백년 농사짓던 정든 땅을 떠나 이주할 것이다. 아니면 농사일을 포기하고 다른 사업을 할 수도 있다. 그곳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은 다른 사업장을 뒤질 것이다. 현지 주민들에게 주어지는 토지보상금만이 이들의 삶의 터전일 뿐이다.

농토를 관리하고 정성을 다하는 것보다, 사업장을 관리하고 번영시키는 것보다, 손에 쥐어진 토지보상금을 관리하고 지키는 게 더 어려울 것이다.

행복은 단순한데 있다고 한다. 더욱 복잡해지는 현지 주민들에겐 고난의 시련이 있을 수 있다. 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마음속으로나마 전하고 싶다.

/장 현 성 우리투자증권 북수원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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