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을 살리고 무기를 죽여라.” 지난 70년 라르자크(La Rzac) 고지대에 1만4천㏊ 4천234만평 규모의 군사기지를 늘리겠다는 프랑스 정부 결정에 반대하며 프랑스 농민들이 외쳤던 구호이다. 당시 이들은 기지 확장을 막기 위해 군대가 매입한 농장들을 불법 점유하며 투쟁을 펼쳤다. 농민들은 트랙터를 몰며 800㎞가 넘는 거리시위를 벌였고 에펠탑에 양떼 60마리를 풀고 천막투쟁을 전개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 81년 6월3일 새로 취임한 미테랑 대통령은 군사기지 확장안을 취소했다.
이 땅에서 라르자크에서 들렸던 구호와 흡사한 절규의 목소리가 울린다. 바로 평택 미군기지 확장지역에서 들리는 소리이다. 평택지역 349만평에 대한 강제 수용을 둘러싼 농민을 비롯한 시민단체와 정부의 대립양상이 심상찮다. 국방부가 강제 수용하겠다는 곳은 일제강점기 일본에 의해, 그리고 1952년 미군에 의해 강제 수용된 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평택 문제는 주한미군 역할 변화를 내포하고 있는 전략적 유연성과 이에 따른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에 따른 것이다.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해외미군 장기 주둔전략에서 분쟁지역에 병력을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는 신속 기동군전략으로의 전환이며 중국을 제1의 잠재적 위험국가로 설정하고 이를 견제하기 위해 좋은 조건의 항만을 갖고 있는 평택을 선택한 것이다. 미국은 기존 457만평 이외에 추가로 349만평을 요구했으며 정부는 무려 비용 5조5천억원을 부담하게 됐다. 806만평은 여의도의 3.2배에 해당되는 면적이며 정부가 주한미군에게 지원하는 경비지원금은 연간 7천469억원, 직간접 지원비용도 매년 1조원에 이른다.
이처럼 평택 문제는 결코 이 지역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땅의 평화통일과 자주권과 관련된 문제인 것이다.
지난해말 라르자크투쟁에 참여했던 조제 보배가 평택을 방문했다. 그는 평택을 “제2의 라르자크”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99년 8월12일 프랑스 미요에서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상징인 맥도널드 신축 공사장의 일부를 파괴하는 시위를 주도했지만 빨갱이란 색깔은 덧씌워지지 않았다.
시인 가수 정태춘의 고향으로 유명한 도두리. 배의 닻을 내리고 거두던 곳이란 뜻의 대추리. 그곳을 의미있게 지키는 건 우리 모두의 몫이다.
/장 금 석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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