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힘내세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 오늘 있었나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2004년이 저물어 갈 때쯤 어려운 사회경제적 환경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가장(家長)에게 신선한 감동을 줬던 ‘아빠 힘내세요’란 노래가사 일부이다.

요즘 지역의 공복(公僕)을 뽑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아빠 힘내세요’를 개사한 로고송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여·야는 지치고 힘든 국민들의 아픔을 달래는 홍보 컨셉으로 채택한 ‘아빠 힘내세요’란 로고송을 서로 작사·작곡자와 독점 계약했음을 주장하는 등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아마도 여·야를 불문하고 매니페스토 정책선거에 올인하기에 앞서 주민들의 정서와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선거전략이 지략가 입장에서 보면 훨씬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각 정당이 ‘아빠 힘내세요’란 로고송을 쟁탈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의 이면에는 그만큼 생활의 고달픔이 묻어 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비추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떨쳐 버릴 수 없다.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의 종말’, ‘끊임없이 치솟는 기름값’, ‘론스타 등 해외투기자본’, ‘현대가(家)그룹의 분열’ 등 작금의 우울한 뉴스들을 접하고 있는 이웃들에게 과연 ‘아빠 힘내세요’란 로고송이 희망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그렇지 않으면 연일 신문 지면들을 장식하고 있는 5·31지방선거 후보자들이 쏟아내는 수많은 정책공약들의 예고편을 보면서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가져도 된다는 것인가?

우리는 짧은 로고송으로 유권자들을 현혹시키는 선동가형 지도자들은 물론 실현 불가능한 정책공약(空約)을 제시하는 자유방임형 지도자들도 배척해야 한다. ‘기대반 우려반’이 겹치는 심정으로 유권자들은 보름 남짓 남은 기간동안 앞으로 4년간 지역의 미래를 이끌어 가는 주민들의 대표를 선택하기 위한 판단을 해야 한다. 국가와 지역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 있는 후보자들이 선택될 수 있길 진정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신 원 득 경기개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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