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야경

외국을 다니다 보면 야경이 아름다운 나라들이 많다. 프라하의 야경은 동유럽에서 제일 아름답다고 하는데 실제 그림엽서의 한장면과도 같다. 상하이 외탄에서 바라보는 푸둥지구 야경은 미래 중국을 보여주는 계시다. 우뚝 솟은 동방명주탑 위용은 현대 중국을 상징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감탄했다는 바로 그 장면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홍콩 야경은 바다를 사이에 놓고 펼쳐져 있다. 홍콩반도에서 구룡지역을 쳐다보는 야경보다는 구룡지역에서 홍콩지역을 쳐다보는 야경이 제 맛이다. 여행 자유화 이전인 20여년 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홍콩은 별천지나 다름 없었다. 처음 보는 유명 브랜드와 이미테이션들은 관광객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영국인들이 갖춘 기반시설과 영어공용화는 홍콩 국제경쟁력의 중심이다. 전세계 최고 글로벌 기업들의 옥외광고탑을 보면서 자기 나라 기업의 광고탑을 찾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위용도 당당한 삼성과 LG 광고탑들을 보면서 “이젠 한국의 삼성과 LG가 아니라 세계의 기업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몇년 전과 달라진 건 중국 기업 광고탑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홍콩 야경은 향후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장이 될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부침과도 연결될 것이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리는 혹시 우리 기업들의 발목을 국내에서 잡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집에서 매일 얻어 터지는 자식이 밖에 나가 기를 펼 수 있겠는가. 얼마 전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 구속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당연히 찬반논쟁이 있었다. 필자는 손 지사를 용기있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가는데 저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자체를 높이 샀다. 벌금도 내고 사법처리를 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정 회장이 어찌 자연인인가. 미국 공장도 가고 체코 공장도 가고 세계를 다닐 수 있도록 몸은 풀어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방법에선 의견이 갈린다. 청년실업은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고령화사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양극화 해결은 하루 아침에 될 수 있는가. 답은 하나이다. 일자리를 늘리는 것 밖에는 없다. 일자리는 누가 늘리는가. 기업 활동이 활발해져 투자가 늘 때 비로소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내년 홍콩을 다시 가면 우리 기업의 새로운 광고탑들이 늘어 있길 바란다.

/김 용 수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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