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문화콘텐츠인가

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 악화가 불보듯 하고 성장목표 재조정에 정부 부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린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고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한 후 수출해야 하는데다 중요한 부품들을 몇나라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상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없는 현실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하는 이유가 이때문이며 경제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까지 ‘블루 오션(Blue Ocean)’이란 단어가 익숙해지는 현상도, 당면과제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문화산업은 눈여겨 보아야 할 넓고 푸른 바다이다. 특히 수년동안 20%를 넘나드는 성장률을 보인 문화콘텐츠부문은 창의적 아이디어에 기술을 덧입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새로운 영역이다. IT기술이 세계수준에 이른 우리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해야 할 전략산업이기도 하다.

이미 방송영상,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문화콘텐츠 산업화는 급격하게 이뤄져 국내 총매출액 규모 50조원에 이르렀고 한류의 산업화니 문화콘텐츠 수출이니 하는 말들도 낯설지 않은 화제거리가 됐다. 문화가 21세기 사회 전반 화두라면, 경제 화두는 IT를 지나 CT(문화기술)로 이동했다고 단언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이다. 게다가 관광·레저 등 다른 산업으로의 파급효과가 막대하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세계 각국은 문화산업 육성 전략을 눈부실 정도로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중앙은 물론 지방자치단체들도 많은 예산을 투입하며 파이 키우기와 문화콘텐츠기업 유치에 혈안이고 미국·일본 등 이른바 문화콘텐츠 선진국들은 자국에서 생산된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이 효과적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할 수 있도록 현란한 공격·보호전술을 펼치고 있다. 문화산업이 갈 때까지 간 다른 부문들을 제치고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들이다. 우리는 이제 눈을 뜨기 시작했다. 정부 산하 관련 부서와 기관 등을 두기 시작했고 문화콘텐츠기업 지원과 전문인력 양성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아이디어 하나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한국형 산업임을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문화 생산·소비 시장이 서울에 집중된 점이다. 경기도의 문화콘텐츠산업 점유율이 5~6%에 지나지 않는 현실에서 산업 규모를 키워 서울과 얼마나 나누느냐가 1인당 소득 3만불시대, 100만개 일자리 창출 등에 관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문화산업정책을 수립하고 어떻게 추진하느냐에 경기도의 미래가 달려 있다.

/김 병 헌 경기디지털콘텐츠 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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