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은 정치지도자의 최고 덕목

테니스는 수영이 아니다. 테니스는 사교운동이다. 한게임 마치고 음료수 마시면서 이야기 나누면서 쉬었다, 다시 편을 갈라 한게임 더하고 또 쉬었다 한게임 더하는 사이 2~3시간이 훌쩍 지나고 금방 친한 사이가 된다. 운동을 마친 후 함께 사우나를 가기도 하고 소주 한잔 내지 식사도 함께 하는 게 보통이다. 이처럼 한두번 테니스를 치다보면 서로의 신상에 대해 자연스럽게 아는 가까운 관계가 된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황제테니스 해명에서 한두달도 아닌 1년 6개월 가까이 테니스를 함께 친 전 서울시 테니스협회장 선모 회장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황제테니스 핵심 인물인 선 회장과의 관계를 부인함으로써 이 시장은 의혹을 자초했다. 따라서 이 시장과 선 회장과의 관계를 규명하는 게 황제테니스 진상조사 주요 목적이었다. 진상조사단은 남산테니스장과 관련된 많은 자료를 수집했으며 뜻밖에 진상조사단에 제보가 입수됐다. 이 시장이 선 회장이 주선한 별장모임에 참석해 여흥을 즐길만큼 절친한 관계였다는 내용이었다. 여러 통로를 통해 이 별장모임이 확인됐고 남녀가 밴드까지 동원해 어울려 놀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로써 두 사람의 관계가 입증됐다. 정직하지 못한 이 시장에게 다시 해명할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내용으로 지난 13일 대정부질의를 통해 밝히려 했으나 당 내부 사정으로 연기됐다. ‘경악할만한 비리’ 발언으로 이 시장과 선 회장과의 관계 규명보다 별장모임의 성격에 관심이 모아진 건 유감이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명백해진 셈이다.

황제테니스의 핵심 키워드는 정치지도자의 정직이다. 요한복음 18장에 예수의 제자 베드로가 “예수를 모른다”고 세 번씩이나 말한 건 “예수를 안다”고 말하는 순간 자기도 십자가에 처형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베드로는 울면서 회개했기 때문에 용서를 받았고 이후 베드로는 예수의 수석제자로 역할을 충실히 해 후대 사람들은 베드로를 기리기 위해 베드로 성전까지 지었다. 마틴 루터의 “한가지 거짓말을 참말처럼 하기 위해선 항상 일곱 가지의 거짓말을 필요로 한다”는 말을 상기하면 선 회장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이 시장의 황제테니스 해명들은 신뢰받기 어렵다. 이 시장은 베드로가 회개한 것처럼 거짓을 인정하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측근을 통한 다른 입이 아니라 이 시장이 직접 해명해 진솔되고 정직한 정치지도자 모습을 보여 주길 기대한다. 정직은 정치지도자의 최고 덕목이다.

/안 민 석 국회의원 (열린우리당·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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