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출마하는 K형에게

K형과 인연을 맺은 지 11년째로 접어듭니다. 지난 90년대 초반 노동현장에서 학생운동 출신들이 현장을 떠나갈 때 나는 오히려 노동현장을 들어가기 위해 인천지역을 찾았습니다. 노동현장에 대한 조직적 투신은 이미 실효성을 잃은 상태였고 개인의 의지만이 현장을 찾던 시기였습니다. 그때 K형은 보다 조직적 노동운동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지요. 노동운동에 필요한 법률을 배우고 민주적 노동조합 건설을 위한 조직화에 전념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던 지난 2001년초 K형은 정치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여전히 노동현장의 신망받는 간부가 갑자기 정치를 하겠다고 하니 놀랐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정치진출에 대한 의견을 내비치고는 했지만 그렇게 구체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이야기한 건 처음이었습니다. 이른바 386들의 정치진출에 대해 부정적 시각들이었기에 우리들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고 한편으로는 말리기까지 했지요.

그러나 K형은 고집을 꺾지 않았고 오히려 우리를 설득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정치의 개념을 바꿔줬습니다. “정치인들의 정치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의 정치가 돼야 한다. 주민들이 참여하는 생활정치가 돼야 한다”며 우리의 지지를 원했습니다.

우리들은 K형의 지방선거 출마를 지지했지만 동분서주하는 K형의 모습만 지켜보았을뿐 사실 큰 힘은 되지 못했습니다. 돈도 없고 명예도 없는 우리 생활인들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K형은 그러한 사람들은 하나둘씩 만났습니다. 그리고는 많은 우려보다도 더 많은 지지를 얻어 당선되었습니다. 나는 K형의 당선과 이후 의정활동을 통해 생활인들의 작지만 큰 실험의 결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돈과 연줄에 의한 정치가 아니라 생활인들의 참 마음이 정치를 만들어 간다는 것, 지방자치는 지역 주민들의 이해와 요구에 의한 정치가 실현되고 지역 주민들의 참여와 자치를 통해 살아 움직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것도 있지요. K형의 하소연처럼 기초의회라고는 하지만 자신의 의지를 펼치기에 현실정치는 그렇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정책은 당리당략에 의해 좌절되거나 이해관계에 의해 구호로 끝나버리는 어쩌면 중앙정치와 그리도 닮아 있는지 시민운동을 하는 필자로서도 암담할 때가 많습니다. 또 다시 지방선거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K형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를 키우는 것보다 주민의 힘을 키우는 심정으로 가겠다.” K형 가슴 속에 변치 않을 푸른 소나무에 건승을 기원합니다. 선거 끝나면 소주 한잔합시다.

/유 진 수 인천참여자치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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