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국어에도 관심 가져야

최근 들어 ‘외국어 마을’이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경기도만 해도 2004년 대한민국 1호로 개원한 ‘아산 영어마을’ 이 예상외의 호응과 성과를 얻은 것으로 나왔다.

이 외 국어 마을은 최근까지 학생은 물론 공무원, 일반인 등 3만 여명이 교육을 이수했을 뿐 아니라 그로 인한 소득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영어 사교육비 지출로 인한 가계부담 감소, 공교육 보완 외에도 글로벌 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이라는 세 마리의 토끼를 잡는 성과까지 얻고 있다.

또한 경기도는 여기에만 그치지 않고 영어 마을의 후속으로 중국어 마을 조성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세계화를 겨냥한 것으로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이런 외국어 바람을 타고 자칫 국어에 대한 관심이 희박해지거나 경시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국어가 외국어에 치이고 입시 교육에 밀리어 점차 관심 밖으로 외면 당하는 것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국어는 우리의 모국어이다.

조상들이 사용했고 현재는 우리가 쓰고 있을 뿐 아니라 후손에게 물려줄 겨레의 유산인 것이다. 여기에는 우리의 얼과 정신이 깃들어 있다. 또한 역사의 숨결이 스며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어를 지키기 위해 많은 이들이 갖은 어려움을 감내했는가 하면, 자신의 전 생애를 바치기도 했다. 일본에 나라를 잃고 말과 글을 빼앗겼을 때는 목숨까지 내 놓으며 이를 사수하려고 했다.

이런 국어가 최근 들어 이리 몰리고 저리 내둘리는 것을 바라보는 일은 심히 서글프기 그지없다.

특히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소위 ‘인터넷 언어’가 횡행하다 보니 우리의 국어가 요상한 형태로 변질되는 일이 심각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문장은 커녕 말도 되지 않는 언어가 오히려 ‘멋’으로 둔갑하고 급기야는 국어를 망가뜨리는 결과까지 낳고 있다.

국어의 훼손은 이것만이 아니다.

거리의 간판은 차마 눈뜨고 못 볼 지경이다. 오죽하면 한 탈북자가 한국의 거리 구경을 나왔다가 ‘여기가 정말로 한국 맞느냐?’고 했겠는가. 거리의 간판만 보자면 외국이라고 해도 나무랄 수 없는 풍경이 돼버렸다. 음식점이나 가게에서 파는 물건의 이름도 한글 표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같은 한글이라도 비비꼬고 비틀어서 요상한 어휘로 만들어 붙였다. 순수 한글의 이름을 가진 과자나 음료수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국어는 오히려 안에서보다도 밖에서 더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느낌이다.

우리의 국력이 신장하면서 우리의 말이 세계에 알려지는 게 그런 경우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응원 구호였던 ‘대^한민국!’이 세계인들의 가슴에 아로새겨진 게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이 ‘대^한민국’은 이미 한국의 이미지로 굳어버린 ‘아리랑’과 함께 우리 한국을 알리는 고성능 트럼펫이다.

말과 글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그 나라 국민의 문화 수준을 알 수 있다.

프랑스인들이 자국의 말에 긍지를 가지는 것을 보는 일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일이다. 영어 마을도 좋고 중국어 마을도 좋다. 어디 스페인어 마을이 선다고 해서 누가 뭐라 하겠는가.

문제는 국어 교육과 육성에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말과 글은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서 외국어에만 죽자살자 매달리는 것은 국적 없는 국민을 양성하는 것이나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해서 하는 말인데, 국어 마을도 하나쯤 세우는 일은 어떨까 싶다.

/윤 수 천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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