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군문제는 민감한 문제이므로, 정치인이 병역혜택문제를 거론하는 건 금기사항이다. 그렇지만 욕먹을 각오를 단단히 하고 이번 야구대표팀의 병역혜택문제를 거론하려고 한다.
이번에 출전한 우리 선수 30명중 군미필자는 해외파 최희섭, 김선우, 봉중근 등 3명에 국내파 오승환 외 7명 등 10명으로 3분의 1에 해당된다. 이들은 지금 4강 진출을 눈앞에 두고 병역혜택이 주어지지 않을까 큰 기대를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병역혜택이 주어지지 않을 경우 對미국전에서 3점 홈런을 날린 최희섭은 내년이면 군복무를 위해 메이저리그 선수생활을 접어야 할 운명이다. 국위를 선양하고 외화를 획득하는 우리의 전사들을 국방의무 때문에 한창 선수생활을 할 나이에 군복을 입혀 선수생활을 중단시키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국민적 토론이 필요하다.
이번 대회에서 선전의 주역은 단연 박찬호와 이승엽 선수이다. 박찬호 선수는 지난 98년 방콕 아시안 게임 금메달 덕에 병역혜택을 받았고 이승엽 선수는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로 역시 군복무를 피할 수 있었다. 이들이 병역혜택 없이 군복무를 했더라면 지금처럼 대한민국 영웅이 되진 못했을 것이다. 특히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 출전했던 축구선수들이 16강 진출로 병역혜택을 받았던 점을 감안할 때 야구월드컵이라고 일컬어지는 WBC 8강과 4강 문턱에 이른 야구 대표선수들에게도 병역혜택을 부여하는 게 형평성에 맞다.
만약 국민들이 4년 후, 8년 후 야구 월드컵 경기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일본과 미국을 꺾기를 바란다면 국민들 스스로가 야구를 보호하고 키우는데 동의할 필요가 있다. 솔직히 한국 야구는 위기이다. 고교 야구팀이 4천776팀인 일본에 비하면 우리는 일본의 100분의 1수준인 57팀에 불과하다. 특히 오는 2008년 북경올림픽 이후 야구가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되므로 어린 꿈나무들은 야구를 철저하게 외면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이 소망하는 병역혜택이 이뤄진다면 한국야구계는 진정으로 국민과 정부에 감사해 하며 우수한 기량과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것이다. 차제에 대체복무 등의 병역혜택에 대한 심도깊은 제도개선 연구가 이뤄지길 바란다. 국가의 젊은 우수한 인재들을 군복무에 대신해 효과적으로 활용방안을 전면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물론 분단국가에서 신성한 국방의무 대의를 훼손하지 않도록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
/안 민 석 국회의원 (열린우리당·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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