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여주인 인줄 알았다” 이 말은 며칠 전 여기자를 성추행해 사퇴위기에 몰린 최연희 국회의원이 사건이 불거진 후 수습차원에서 한 말이다.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보면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언어는 국가 구성원의 정신체계를 형성하는 것과 동시에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언어가 갖는 의미를 특별히 설명하지 않더라도 같은 언어를 공유하는 자들은 그것만으로 동질성과 정체성 등을 확보하고 있다. 그래서 당시 언어는 사용하는 자의 상황에 따라 언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그것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언어활동과 행동양식이 언어 속에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최연희 국회의원의 식당 여주인 비하 발언을 통해 몇 가지를 추론할 수 있는데, 그중에 하나로 국회의원들의 그동안 접대문화를 들 수 있다. 음식점을 운영하며 성실하게 일하는 대부분 식당 주인들은 최 국회의원의 말을 듣고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식당 주인들은 식당의 매상을 위해 술자리에 종업원과 자연스럽게 술을 마시게 하고 손님의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영업이 끝나면 손님들과 같이 노래방 도우미로 가게 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한다는 것이다.
결국 최 의원의 말은 식당 주인과 종업원 등에게는 어떤 행위를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국회의원들의 저녁놀이문화가 빚은 잘못된 접대문화의 전말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손님들에게 과잉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음성적인 영업을 하고 있는 음식점을 단속, 처벌을 강화해야 할 때이다. 또한 특정 여성들을 불문하고 여성들에게 성적 모독감이나 비속 언어행위가 철저히 근절될 때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추행과 성범죄 등이 추방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성추행으로 무리를 빚고 있는 검찰 간부 출신 최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가정폭력상담소·성폭력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비난의 목소리가 더 높다.
아무튼 스스로 국민의 종이라고 자처한 국회의원들이 포장된 말과 거짓의 연금술로 일관한다면 국민들은 국회의원을 마구 때려놓고 “집에서 기르는 개인줄 알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권 성 훈 시인·경기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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