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공인의 도덕성

요즘 각 당들은 5·31선거를 앞두고 공천심사가 한창이다. 필자도 경기도 공천심사위원으로 지금 공천심사 테이블에서 논의되는 공천기준을 보면 우리 정치가, 그리고 선거가 얼마나 많이 변하고 있는가 하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 가장 큰 변화는, 필자가 속한 한나라당의 경우, 소위 ‘벌금형 이상의 전과’에 대해 자료 제출을 요구해 공천심사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결과 그동안 공천제도가 시행되지 않았던 기초의원선거를 중심으로 다소 문제가 있는 대상자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들중 직무를 수행하기 부적절한 죄로 벌금형을 받았던 대상자들은 부적격자로 처리해 아예 공천심사에서 배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예시하면 뇌물 수수 등 부정부패와 연관된 범죄, 반윤리적 파렴치범, 생계형이 아닌 강력범죄 등은 물론이고 상습적인 도박, 음주운전 등으로 벌금을 받은 경우도 포함된다. 지방선거의 공천심사 기준이 이처럼 강화된 건 이번부터 지방의원들이 유급제로 전환된다는 계기도 있지만 우리 사회가 공인들에게 그만큼 강한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적격자로 판정받은 당사자는 “왜 하필 지금부터”이고 또 “나부터이냐”고 억울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것이 정치발전이고 성숙한 선진사회로 가는 길이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총리 골프문제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골프칠 수 있고 또 다소의 내기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총리 정도의 공인이라면 골프를 쳐도 좋은 날과 아닌 날 등을 가릴 줄 알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 골프를 치더라도 동반자를 가려야 하고 그들과 내기도 해선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총리는 골프도 치지 못하느냐며 버틸 일이 결코 아니다. 총리에게 요구되는 도덕성의 잣대는 지금 공천심사에서 진땀을 흘리고 있는 지방의원들은 물론 항상 국민들로부터 감시와 지탄을 받고 있는 국회의원들보다도 더 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끝으로 독설가로 유명한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명에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는 잠언을 억울해 하는 총리에게 전해드리고자 한다.

/정 진 섭 국회의원(한나라당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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