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바꿔야 한다, 바꿔야 산다

한나라당의 사무총장과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의원이 여기자를 강제 성추행한 사건으로 세상이 뜨겁다. 같은 당의 여성의원은 성범죄자에게 전자팔찌를 채워야 한다고 법개정을 주장하는데, 그 법개정을 심사해야할 국회 법사위원장은 강제 성추행으로 지탄을 받고 있으니,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이번 강제성추행 사건은 쉽게 넘어 가서는 안 된다. 가뜩이나 초등학생이 성폭행한 뒤 살해되었다는 뉴스로 시민들의 분노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국회의원이 그 짓거리를 하였다는 것은 처벌에 대한 재고의 가치가 없어야 한다. 최소한 성범죄 근절을 위한 엄중처벌의 시범케이스가 되어야 한다. 개인이 한나라당 중책을 사퇴하고, 탈당하는 것은 개인적인 문제이다.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도 개인이 결정할 문제이다. 사회적 책임과 결정은 아직 남아 있는 것이다. 반드시 법의 심판을, 시민의 심판을 받아야 하며, 받게 만들어야 한다.

국회 윤리위원회에 최연희 의원을 상정한다고 하지만 동료의원 감싸기 수준에 그칠 우려도 있다.

정치권은 이번 사건을 놓고 정치적 계산을 하는 호재와 악재로 보아서는 안 된다. 이번 강제 성추행 사건을 통해 정치인들의 성문화, 성의식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사실, 언론에 보도가 되지 않고 세상에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권력이 무서워 아무 말도 못하고 당한 여성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게다가 변명이라고 한 말이 음식점 아주머니인줄 알았다니, 그럼, 음식점 아주머니는 성추행을 해도 무방한 대상이란 말인가. 평소에 갖고 있는 왜곡된 성의식과 차별적 직업관에 기인한 발언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번 사건은 일개 정치인의 과다한 음주때문에 발생한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미 단순 음주로 보기에도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건들이 수차례 발생하였다.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의 골프장 경비원 폭행사건, 곽성문 의원의 지역기업인과의 자리에서 맥주병 투척사건, 박계동 의원의 술뿌리기, 지난 해 법사위 국정감사시 술자리 폭언 논란 등과 이번 최연희 의원의 강제 성추행까지 모두가 술을 마신 뒤 발생하였다는 점이다.

단순히 음주의 문제가 아니라 국회의원들의 자질 문제이다. 이런 저질 정치인들을 국민의 손으로 바꾸지 않는 한 내 가족, 이웃들이 언제라도 ‘음주’에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정말, 바꿔야 한다. 바꿔야 산다.

/유 진 수 인천참여자치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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