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여자와 노인 21명을 살해, 사회에 큰 충격을 줬던 연쇄살인범 유영철은 학창시절 소년원에 수감된 이래 성폭력 등의 범죄로 14차례나 교도소를 드나 들었고, 10여년에 걸쳐 100명 이상 부녀자들을 성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대전 발바리’, 용인에서 초등학교 여학생 11명을 성폭행한 이모씨 그리고 원룸에 사는 여성들만 골라 15명 이상을 성폭행한 ‘시흥 발바리’ 등의 사건에서 중요한 공통점은 범죄의 상습성에 있다. 이들은 검거되지 않으면 끝없이 범행을 계속할 뿐 아니라 범죄가 거듭될수록 대담해지고 엽기적으로 발전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성범죄자들에 대해 형량을 높여 엄벌에 처하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성범죄자라고 일정 한도를 넘어선 과도한 형량을 부과하는 건 비례의 원칙에 위배돼 위헌 소지가 있고, 이들이 결국은 사회로 복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엄벌만으로 해결될 수도 없다.
그래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형벌체계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게 됐고 이러한 변화중 특징적인 것이 보호관찰로 대표되는 사회 내 처우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보다 강력한 사회 내 처우로서 외출 제한이나 가택 구금 등이 전자감독과 결합돼 활용되는 추세다.
최근 미국, 영국, 스웨덴 등지에선 성범죄자들에 대해 신상을 공개하기도 하고 집중 보호관찰을 통해 밀착감시를 하고 있다. 집중 보호관찰은 전자위치 확인장치(일명 전자팔찌)를 활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현재 집중 보호관찰을 시행하면서도 인권침해 논란때문에 검토만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막상 사건이 터져 세상이 떠들썩하게 되면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전자감시 등의 방안이 논의 되다 시간이 지나면 기계에 의한 인간 감시는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을 추구할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에 밀려 답보상태가 된다.
이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서 비롯된 빅 브라더의 감시체제를 연상하는 관념적 이미지가 전자감시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만들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그러나 실제 전자감시는 시설 내 구금을 통한 수용 처우보다는 훨씬 더 인간적이며 재범 방지에도 효과적이라는 게 이미 선진국 사례로 입증되고 있다.
이젠 우리도 전자감시·감독의 첨단 기법을 도입하고 전문적인 치료·처우프로그램을 병용, 성범죄 등으로부터 사회안전망을 확립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임 종 호 수원보호관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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