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토리노 동계올림픽과 북경올림픽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말한다.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으며,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가 주는 감동 때문이다. 지금 토리노에서는 겨울스포츠의 꽃인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태극전사들의 승전보에 온 국민이 성원과 갈채를 보내고 있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남과 북의 선수단이 국제대회에서 일곱 번 째 동시입장으로 전세계에 평화의 소중함을 알렸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정세가 차갑게 얼어붙었어도 국제적인 스포츠 무대에서만큼은 남북이 일곱 차례나 동시입장을 이루어 낸 것은 ‘스포츠를 통한 인류의 화합과 평화’라는 올림픽정신을 가장 잘 실현한 것이다.

남과 북의 체육관계자들은 남북 동시입장을 뛰어넘어, 올해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과 2008년 북경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남북이 단일팀으로 출전할 것을 협의하고 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남과 북이 세계적인 스포츠 대제전에 단일팀으로 출전한다면, 이는 올림픽 역사상 가장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만한 일이다. 이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자크로게 IOC위원장도 북경올림픽 단일팀 구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남북 단일팀 구성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국기·국가·국호는 동시입장 관례에 따라 한반도기·아리랑·코리아로 하면 될 것이나, 대표선발 기준 등 매우 민감한 사항들이 첩첩산중이다. 이는 IOC와는 별개로 각 종목별 세계경기연맹과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 해 마카오에서 열렸던 동아시아대회에서 단일팀 구성을 위한 회의개최를 합의함에 따라 작년 12월 초 개성에서 ‘남북단일팀구성을 위한 1차 체육회담’이 개최된 바 있다. 필자도 남한의 회담대표자격으로 참가하였다. 이날 회담은 산적한 과제를 풀기위한 시작에 불과한 만큼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하기에는 부적절한 것 같아 생략한다. 다만, 민족사의 획기적 전환점이 될 수 있는 단일팀 구성을 향해 첫 걸음을 내디뎠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지난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한의 현정화-북한의 이분희가 한 조를 이루어 중국선수를 꺾고 세계대회 우승을 일구었던 감동을 국민들은 기억한다. 남과 북이 아리랑을 부르고 한반도기를 함께 흔들며 단일팀을 응원하는 모습에 가슴이 설레인다. 아시안게임에서, 올림픽에서 감동의 드라마가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토리노에서 우리 선수들의 선전 또한 기원한다.

/안 민 석 국회의원(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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