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먼저 내공을 쌓아야 한다

지난 주말 정월대보름을 맞아 지역 곳곳에서 척사대회가 열렸다. 척사대회에 가보면 빠지지 않고 나타나는 분들이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분들이다. 그 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지난 가을 재·보선을 앞두고 필자가 하고 다니던 모습이 투영돼 한가지 긴히 드릴 당부의 말씀이 생각난다.

정치라고 하면 중앙이든 지방이든 구분없이 많은 욕을 먹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마하고자 하는 분들은 많이 있다. 이번 선거도 족히 경쟁률 4~5대 1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을 보면 대결구도는 간단하다. 대부분 현역 대 현역에 도전하는 분들간 대결로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유권자들은 우선 지방의원이나 단체장 등의 잘잘못을 판단하고, 그 다음 바꾼다면 과연 누가 대안이 될 것인가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역 지방의원이나 단체장 등은 유권자를 만나는 모든 자리에서 그동안의 업적이나 자신의 능력을 요령있게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 반대로 현역에 도전하는 분들은 현역이 무엇을 잘못했고 자신은 어떻게 잘 할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이것이 선거운동의 기본이다.

당내 공천도 마찬가지이다. 우선 현역이 잘해와 당선될 수 있는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가를 판단하고, 아니라고 생각하면 대안을 찾는 것이 순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출마를 준비하는 분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은 공부하는 일이다. 지난 임기동안 있었던 일들을 반추하고 방어·공격논리를 만들고 새로운 비전과 대안을 찾아내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그리고 지역을 구석구석 다니며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 목소리 중 현안이 있으면 또한 해법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 자신이 정말 그 일들을 잘 해낼 수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을 때, 그리고 다른 후보들과 토론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때 대중 앞에 서야 실패가 적다.

그런데 의외로 이런 준비를 하는 분들이 적다. 아무 준비 없이 오로지 종중·향우·동문 관계를 내세우며 무조건 표를 달라는 식의 선거운동만 하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냉정하다. 자신이 관심을 갖는 문제에 대답하지 않는 후보에겐 눈길도 주지 않는다.

이제 1개월 후엔 예비선거로 들어가게 된다. 지금은 그때 팔 상품, 즉 비전과 정책을 완벽하게 준비할 때라는 점을 모든 출마 준비자들에게 다시 한번 권고한다. 그리고 이것이 최근에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는 매니페스토운동(갖춘공약)을 실천하는 길이기도 하다.

/정 진 섭 국회의원 (한나라당·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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