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명연설일수록 짧은 법

영국 사람들은 “셰익스피어를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 논법이라면 미국 사람들은 “에이브러햄 링컨을 중국과도 바꿀 수 없다”고 말할 것이다. 셰익스피어 작품이 인도보다 더 무게가 나가는 것이라면 링컨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문은 중국보다 더 값이 나가지 않을까?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작은 도시, 게티즈버그에서 노예해방문제를 놓고 남북전쟁이 벌어졌고, 전투는 링컨 휘하 북군이 승리했다. 이 승리를 계기로 북군은 승세를 잡고 미국은 마침내 노예해방을 쟁취했지만 이 전쟁터에서 죽은 군인만 7천명이 넘었고, 1863년 11월19일 봉헌식이 열렸다. 링컨대통령도 친히 참석했고 군중 5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다. 이 봉헌식의 주 연설자로는 에드워드 에버렛이 선임됐다. 그는 하버드대 교수와 총장 등을 지낸 당대 최고의 웅변가였다. 링컨대통령은 인사말정도로만 하도록 순서가 짜여져 있었다.

에버렛은 불같은 웅변을 토해냈다. 노예해방의 정당성, 애국심의 고취, 군인들에 대한 찬사 등으로 연설을 장식했다. 그의 연설은 1시간57분, 그러니까 2시간이 걸린 셈이었다. 링컨대통령 차례가 됐다. 그는 종이 2장만 달랑 들고 연단에 올라섰다. 치밀하게 준비했던 원고를 급히 나오느라고 지참하지 못했다. 그래서 오는 길에 급히 펜으로 작성했다. 링컨대통령의 연설은 불과 2분 정도, 너무 짧아 연설하는 장면을 사진사들이 찍어 낼 수 없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반응도 별로였다. 몇 번의 박수가 청중들부터 나왔지만 “대통령 연설치고는 청중을 적잖게 실망시키는 것”이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갈수록 링컨대통령의 연설문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민주주의를 가장 간결하게 표현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란 구절은 인류 역사 이래 가장 훌륭한 명언이 됐다. 그래서 그날 2시간을 연설했던 에드워드 에버렛은 링컨 대통령에게 그 연설문 한벌을 보내달라면서 “당신의 2분 연설이 나의 2시간 연설보다 훨씬 위대하다”고 말했다. 불과 문장 10귀절로 된 짧은 연설은 거기 있는 말처럼 ‘하나님 아래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처럼 간단한 연설 안에 인간 창조의 평등성, 자유성, 민주성 등이 모두 명확하게 선언되고 있다. 요즘 인사청문회에서 무수한 말과 변명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준비하면서도 많은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중 우리를 흐뭇하게 하고, 희망을 주는 위대한 메시지를 기대해 본다.

/권 영 삼 수원영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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