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가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 기업 심지어 상품에도 이미지를 부여하여 결국 그 이미지를 사고 팔고 있다. 그만큼 일상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이미지생산은 무에서 유를 창출하거나, 기존의 것을 어느 부분만을 부각시키거나 또는 현재의 이미지를 완전히 새롭게 바꿔 상대방에게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접근하거나 유사한 이미지를 생산한다. 도시이미지도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다.
얼마전 문화탐사로 일본 삿포로 눈꽃축제를 다녀왔다. 이곳에서 도시 이미지 창조를 위한 문화행정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삿포로’하면 삿포로맥주, 눈꽃축제, 야경 등을 쉽게 떠올릴 것이다. 일본의 한 도시인 삿포로는 눈과 맥주, 영화나 뮤직비디오의 아름다운 도시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도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도시에 비해 아주 특별하거나 엄청나게 대단한 것이 존재한다기보다는 지금, 현재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집중과 선택을 제대로 펼쳤다는데 놀라운 것이다.
삿포로의 눈꽃축제는 세계에서 유명한 겨울축제 중의 하나로, 일본에서 가장 춥고 눈이 많은 이 지역에서 눈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축제로 이끌어냈다. 그러면서 공항 활주로는 난방을 해 아무리 눈이 많이 와도 관광객이 언제든지 방문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오래된 맥주공장은 신식 맥주공장 건설로 필요없게 되자 맥주박물관으로 만들고, 전국의 오래된 삿포로 맥주 지역대리점의 간판을 모아 전시함으로써 삿포로 맥주가 역사적으로 오래되고 유명한 맥주임을 광고함으로써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또한 부두의 수산물 물류창고가 필요없게 되자 박물관과 각종 공예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그 공예품에 전자장치를 접목하여 실생활에서의 활용성을 배가시켰다는 것이다.
삿포로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아무래도 야경이었다. 야경을 돋보이게 하기 위하여 주변의 불빛은 극히 제한되어 있는 듯 했다. 시민에 대한 홍보와 협조는 물론 어떤 행정적인 규제가 있는 듯 보였다. 이처럼 지나간 과거가 그냥 과거의 한 장면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현재와 연결시켜 철저히 분석하고 검증하여 현대에 맞게 재탄생 시켜놓았다. 어찌 보면 사실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렇지만 좀더 자세히, 좀더 철저히, 좀더 깊게 다가서는 계획적인 접근과 도시정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도시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모든 분야의 행정이 문화적 마인드를 가지고 동원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도시의 미래경제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문화행정은 문화만을 위한 행정이라기 보다는 도시의 과거와 미래뿐만 아니라 시민의 경제까지도 책임질 수 있고 망라할 수 있는 문화행정이 이루어져야 새로운 도시 이미지 창조는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두 례
부천문화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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