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소용돌이를 벗어나려면

청소년범죄의 처벌연령을 12세에서 10세로 낮추려고 하고 있다. 청소년 비행 예방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에도 비행연령이 오히려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청소년 범죄의 여러 원인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가정폭력에 기인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폭력을 보고 자랐거나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았을 경우, 대인관계상 문제를 보일 가능성이 높고 가출이나 폭력, 성매매 등 일탈행동의 직접적인 동기가 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가정폭력특례법을 실행하면서 행위자에 대한 법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고 현재 사법부의 감독아래 수강명령이나 상담명령 등을 통해 가정폭력 행위자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강구해 나가고 있다. 가정폭력에 대한 형사적인 법적처벌이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로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희망이 가해자를 처벌하는데 있는 게 아니라 가해자를 치료하고 변화시켜 폭력 없는 가정을 이루는데 있기 때문이다.

보호관찰소는 가정폭력 행위자 교정·치료프로그램을 연중 시행하고 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가정폭력으로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 등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며 피해자와 가족구성원 등의 인권을 보호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위반자에 대해선 형사처벌에 앞서 보호처분단계를 두고 접근 제한, 보호관찰, 사회봉사, 수강명령, 의료기관치료 및 상담 등의 처분을 받게 함으로써 가정폭력으로 인한 범죄자가 양산되지 않게 하고 있다.

그러나 보호처분중 준수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때는 보다 중한 보호처분으로 변경되거나 취소를 통해 엄격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필자가 어릴 때 동네 친구가 강에서 수영을 하다 빠져 숨진 일이 있다. 그 친구는 또래중 수영을 가장 잘했었는데 강 가운데 바위 모서리가 있는 소용돌이 지점에 들어갔다 변을 당했다. 그 지점은 면적이 크지 않아 쉽게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소용돌이에 휘말리면 중심을 잃고 물속을 맴돌다 익사한다. 가정폭력 가해자들과 대화를 해보면 이런 소용돌이를 연상하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각자의 방식을 갖고 있고 거기에서 벗어나기가 힘든 게 사실이지만 특별히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에게서 이러한 아집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이들 역시 폭력가정에서 성장하면서 관찰과 강화 등에 의해 학습된 행동의 결과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정폭력으로 자녀를 망치고 가정을 파탄시키는 대물림의 고리를 끊기 위해 가해자들에게 갈등과 고민의 소용돌이를 벗어 나도록 하는데 교육의 초점이 모아 져야 한다.

/임종호 수원보호관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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