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불이 난 집 이야기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어느 교우분의 이야기를 들었다. 오래 전 이웃집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데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들리더란다. 처음에는 별로 관심 없이 들었는데 점점 크게 들리더니 그 소방차가 자기가 살고 있는 아파트로 들어 오더란다. 바로 같은 동 위층에서 불이 난 것이었다. 이들은 허둥지둥하며 나오면서 각자 가장 귀중한 것만 가지고 나오기로 했고, 얼마 후 각자 들고 나온 물건을 쳐다보면서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들은 모두 웃으면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갖고 나간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필요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분은 그때 “자신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필자는 이 얘기를 아주 의미 있게 들었다. 혹시 지금 당신에게 1분밖에 시간이 없고, 당장 피난을 해야 한다면 무엇을 갖고 나가겠는가.

또 다른 여자분이 자신의 시어머니 이야기를 들려줬다. 시어머니가 정월달 교회를 다녀오시는데 시어머니 동네 근처에서 불이 나고 있었다. 시어머니는 “쯧쯧 이 추운 겨울날 어느 가정에 불이 났나”고 말하며 와 보니 근처가 아닌 바로 당신 집에 불이 나고 있었다. 깜짝 놀라 뛰어 들어가 보니 아이를 낳은지 얼마 되지 않은 며느리가 정전으로 촛불을 켜놓은 채 깜빡 잠이 든 새 촛불이 넘어지며 옆 커튼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그때 우리 시어머니가 입고 있던 코트를 벗어 큰며느리 어깨에 덮어 주시며 “애야 감기 들라”란 한마디밖에 하시지 않으셨단다. 오랫 동안 그 집안에 당신이 아끼는 많은 것들이 있었지만 시어머니가 가장 아끼는 건 바로 며느리였다. 불이 났을망정 가장 소중한 건 며느리와 손자였다고 나중에 고백했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옆사람을 한 번 바라보라. 돈 때문에 종종 옆사람에게 상처를 입혔거나, 돈으로 이웃을 평가하지는 않았는지, 때로는 물건보다 하찮게 여길 때는 없었는지 말이다. 누가 접시를 깨뜨리면 “얼마짜리인데 깨뜨려”라고 말하며 구박하는 분은 없을줄 믿는다. 우리가 만약 자동차 사고를 내고 왔는데 “보험료 올라가겠네”가 아니라 “다친 데가 없어 감사하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우리는 얼마나 귀중한 존재인가를 느끼며 살 수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사람이다. 예수님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온 천하보다 귀중한 것이 한 영혼이다” 오늘 이렇게 고백해보자. “당신은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

/권 영 삼 수원 영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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