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끝났다. 모두들 차분하게 생업으로 돌아가야 할 때이지만 광주를 포함한 팔당호유역 7개 시·군은 10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다. 팔당호가 수도권 2000만 시민들의 식수원이고 따라서 팔당상수원의 수질을 1급수로 보전해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이로 인해 팔당호유역 7개 시·군 주민들이 지난 30년동안 받아온 고통은 너무나도 가혹했다.
돌이켜 보면 이제까지 정부는 팔당호의 수질을 보전하기 위해선 팔당호유역 개발을 일절 허용해선 안 된다고 믿어온 것 같다. 아니 단순한 개발억제차원이 아니라 있는 사람도 살기 어렵게 만들어 모두 떠나길 원해온 건 아닌지 모르겠다.
정부의 이러한 자세는 팔당호 주변에 철망을 쳐놓고 접근조차 불허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잘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팔당호유역 시민들이 팔당호를 바라보며 ‘팔당호가 고맙다. 우리가 팔당호 때문에 잘 살게 되었다’고 생각할 때 팔당호 수질이 지켜지는 것이지, 팔당호를 바라보며 ‘팔당호가 원망스럽다. 팔당호때문에 우리가 못살게 됐다’고 생각하면 팔당호 수질이 1급수로 개선되는 건 정말 요원하기 때문이다. 수질을 오염시키는 것도 사람이지만, 수질을 개선하고 지켜내는 일도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지난 30년동안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규제를 다 동원하고도 팔당호를 1급수로 만들지 못한만큼 정부는 이제 정책방향을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단순한 규제일변도가 아니라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가자는 것이다.
팔당호유역 7개 시·군에게 수질관리목표를 주고 그것을 지키는 범위에서 각 시·군이 독자적이고 자주적인 개발을 허용해야 한다. 그래야만 팔당호유역 시민들이 팔당호의 주인의식을 갖고 수질관리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런 차원에서 빼앗아간 팔당호를 시민들에게 돌려줄 것을 정부에 호소한다. 그리고 상징적인 첫 조치로 팔당호를 둘러싸고 있는 흉물스런 철망을 걷어내고 대신 자전거도로를 겸한 마라톤코스를 만들어 줄 것을 제의한다.
새해를 맞아 수질오염총량관리제 전면 실시와 함께 불합리한 중복규제들이 개선돼 팔당호유역 180만 시민들이 자주적이고 자족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기대해 본다.
/정 진 섭 국회의원(한나라당·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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