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새해 아침을 뜻 깊게

이틀만 지나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입니다. 며칠전 딸아이가 “아빠 2006년의 1월 1일은 벌써 지났는데 1월 29일(설날) 밑에 작게 써 놓은 1월 1일은 또 뭐예요?”하고 묻더군요. 이리저리 자료를 찾아가며 중학교에 다니는 딸에게 양력과 음력에 대해 다소 어렵지만 한번 짚고 넘어가는 것도 의미 있겠다 싶어 이해가 가능하도록 간단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양력은 태양의 운행을 기준으로 만든 역법(曆法)으로 BC 18세기경 이집트인들은 1년을 365일로 하고, 이것을 30일로 이루어진 12달과 연말에 5일을 더하는 식으로 달력을 만들었으나 그 후 태양의 관계를 좀더 자세히 관측하여 1년이 365.25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4년마다 1일을 더하는 윤년이 생겼고, 1582년 다시 1년의 평균길이를 365.2425일로 하는 그레고리력(현재 양력의 기원)이 생겨나 현재에 이르렀다. 반면 음력은 달의 삭망주기(朔望週期)를 한달의 기준으로 하는 역법(曆法)으로 태음태양력(太陰太陽曆)을 말한다. 태음태양력에서는 간간이 윤달을 둠으로써 역일과 계절이 많이 어긋나지 않게 하였다. 현재 공식적으로는 음력, 즉 태음태양력이 쓰이지 않지만, 민간에서는 여전히 양력과 음력을 쓴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 이래 중국 역서를 수입하여 사용했고 조선 세종 때는 원나라에서 만든 수시력(授時曆)을 교정하여 사용했으며, 효종 4년(1653) 시헌력을 반포함에 따라 역법 체계는 서양식으로 바뀌었는데 처음으로 양력이 도입된 것은 100여 년 전인 1896년 고종의 조칙에 따라 음력 1895년 11월17일을 양력 1896년 1월1일로 정해 처음으로 그레고리력을 채택하고 ‘건양원년(建陽元年)’이라는 연호를 제정해 사용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전까지 음력을 사용했으나 현재는 양력만 사용한다. 이슬람 국가는 양력과 함께 헤지라 달력을 사용한다. 이슬람 국가의 달력은 현재도 과학적으로 만들어지지 않고, 종교 지도자가 달의 모양을 보고 결정해 나라마다 조금씩 달력이 다르다. 인도, 미얀마, 태국 등도 자체 달력을 사용하며 그 외 대부분의 나라들은 양력을 사용한다.

이렇듯 우리가 새해 아침을 두 번 맞을 수 있다는 건 행운이 아닐까요? 이번 연휴가 좀 짧더라도 지난 신정에 미뤄 두었던 부모님을 꼭 찾아뵙고 못 다한 효도도하고,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한 번쯤 더 돌아보는 뜻 깊은 설날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정 상 훈 수원여대 대외지원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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