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국의 보호관찰소들은 성구매자에 대한 재범방지교육프로그램인 ‘존 스쿨 프로그램’을 도입,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처음 8명이 교육을 받은 이후 지난해말을 기준으로 수원보호관찰소 등을 통해 3천200여 명이 ‘존 스쿨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매매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새로 제정된 성매매특별법은 오히려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려는 발상의 전환인 셈이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문화와 성매매행위를 오락이나 유희 또는 스트레스 해소의 수단 등으로 생각해 오던 그간의 의식과 행동을 바꿔 보자는 것이다.
교육은 8시간동안 각 지역 보호관찰소에서 받으며 남성 중심으로 왜곡된 성에 대한 인식을 교정하고 성매매 범죄성을 일깨우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 및 성병 예방교육, 성매매 습관성 단절을 위한 자기통제기능 확대방안, 가정의 소중함, 성매매 폭력성과 반인권성 등이다. 탈 성매매 여성을 강사로 초빙, 성을 매매할 때 인간으로 느끼는 수치감이나 모멸감 등을 성구매자들에게 공감하게 해줘 피해여성 입장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 방식도 병행된다.
존 스쿨은 지난 9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민단체인 ‘세이지(SAGE)’가 성 관련 범죄자들의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프로그램이다. ‘세이지’란 단체를 설립한 노마 호탈링은 어린 시절 성 학대 희생자였고 성매매 여성이었다. 그녀는 샌프란시스코 주립대에 입학, 난관을 극복하고 졸업한 뒤 이 단체를 설립하고 전문적인 존 스쿨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존 스쿨이란 명칭은 대부분 성구매 남성들이 자신의 본래 이름 대신 가명인 존(John)을 사용한데서 유래됐다. 교육받은 성구매자들은 “구시대 접대문화와 향락문화, 어두운 밤문화 등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고 성매매의 범죄성과 반인권성 등에 대해 인식을 새로 갖게 됐다”고 토로한다.
존 스쿨 교육은 인권의 사각지대인 음습한 집창촌 울타리 속에서 윤락이란 낙인 속에 억압됐던 성매매를 사회와 법이란 햇빛 속으로 끌어내고 있다. 혼외정사로 가정불화 주범이 될 수도 있는 성매매제도를 인권의 뭇매 속에 내던짐으로써 가정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그릇된 성문화를 불식시키고 사랑과 인권이 숨쉬는 건전한 성으로 자리를 매김, 올해는 교육생이 없어 백기가 휘날리는 존 스쿨을 소망해 본다.
/임 종 호 수원보호관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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