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는 몇나라나 될까? 아마도 우리를 비롯, 일본, 필리핀, 대만과 인도 동부, 인도네시아, 태국, 방글라데시아, 캄보디아 외 중국의 동남부 등 10개국 정도만 쌀을 주식으로 하고 있다. 옥수수, 감자, 야콘 등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도 있으나 그 외의 대부분의 국가에선 밀을 주식으로 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왜 쌀을 주식으로 하고 있을까?
그 이유는 기후와 지형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70% 정도가 산악지대이고 7~8월 사이 집중적으로 비가 내린다. 따라서 산악지대에 내린 많은 비는 평야지로 흘러 내려 물이 넘쳐 흐르게 돼 작물을 재배하려면 물 속에서 잘 견딜 수 있는 작물이어야 하고 4계절에 맞춰 자랄 수 있는 작물이어야 재배가 가능하다.
물 속에서도 잘 자라고 봄의 낮은 기온에 싹이 트며 여름에 잘 자라고 가을엔 낮의 온도가 높고 밤의 온도가 서늘해 열매를 잘 맺을 수 있는 작물이 벼 말고 또 무엇이 있겠는가. 어디 그뿐이랴. 수확량도 많아야 하고 영양분도 고루 갖춘 작물이어야 인간이 먹고 살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 선조들께선 좁은 평야에서 우리 먹거리인 벼농사를 함께 지으며 두레정신을 길러 왔고 농사에서 얻어진 볏 짚단으로 초가집을 짓고 짚신을 지으며 이렇듯 환경을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며 우리의 먹거리를 해결해 가면서 몇천 년동안 그렇게 민족문화를 창조해 왔던 것이다. 요즈음 기상재해로 인한 피해가 갈수록 늘고 있는데 이는 인류의 욕망에서 무분별한 개발과 온실가스가 그 원인이라고 하니 기상재해이라기 보다 인재라고 할 수 있다.
당나라 시절로 기억되는데 당시 양자강 유역에 큰 홍수가 나 많은 인명피해를 입게 됐다. 황제는 치수(治水) 관련 장관을 불러 물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죄를 물어 가족 앞에서 처형하고 난 뒤 재상의 아들에게 치수(治水) 관련 장관의 지위를 부여하고 물을 잘 다스려 그 아비의 죄를 대신하게 했다. 이에 그 아들은 장관 부임 전 몇 개월동안 여행하고 돌아와 황제에게 아비의 잘못을 고했다. 첫째 잘못은 물은 물길을 따라 잘 흘러갈 수 있게 정비해야 하는데도 새로운 도시 건설을 위해 물길을 꺾고 수로를 달리 옮기므로 물이 넘쳐 많은 인명 피해를 냈던 것이다. 우리도 몇해 전 수지신도시 건설시 농토를 무리하게 시멘트화시켜 많은 피해를 입었음을 상기해 볼 때 앞으로 우리 선조와 같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배웠으면 한다.
/이 충 현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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