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행복의 종소리

구랍 31일 밤 보신각 제야의 종소리가 2005년, 한해를 역사 속에 묻으며 새해를 알렸다. 필자는 오랜만에 가족들과 오순도순 둘러앉아 TV를 시청하며 가는 해와 오는 해를 맞이했다. 제야의 종소리가 울릴 때마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굳게 잠겼던 마음이 열리면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송년이 그동안 흩어졌던 우리의 시선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듯 절정을 맞은 한해의 타종을 직접 보기 위해 모여든 보신각 주변에 많은 인파와 더불어 행복을 기원했다. 사람들 모두 만감이 교차하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누르고 숙연한 자세로 한곳만 응시하는 것을 보면서 자칫 잊고 있었던 우리가 같은 민족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처럼 쌓인 앙금이 많을수록 희망은 간절하듯 제야의 종소리는 사악함을 물리치고 경사를 맞는 상징으로, 혹은 시작과 끝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소망을 담고 나라의 평화와 국민의 행복을 위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기원 전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은 자족하는 삶에 있다’고 정의를 내린지 오래됐지만 첨단문명이 발달할수록 현대인들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행복은 먼곳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것은 무한경쟁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현주소에서 발견하듯 예측 불허의 미래에 대한 근심이 행복보다 먼저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심은 미래에 일어나지도 않을 것에 대한 걱정이고 희망은 미래에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에 대한 기대이다. 근심과 희망은 현재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말하자면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근심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며 자신의 힘으로 좌우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근심으로 낭비할 시간에 최선을 다해 희망을 갖고 질주해야 근심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다. 살다 보면 근심한다고 나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명한 자는 행복을 자기의 발치에서 발견하고 연속시켜 나간다.

한해가 시작 된지 1개월의 반이 지났다. 성서에도 있듯 “내일 일을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도록 하자. 그날의 괴로움은 그날로 족하니라”는 말을 되새기며 다시는 오지 않을 오늘에 대해 최선을 다한다면 내일은 시작될 오늘의 행복이란 희망의 종소리를 들을 수 있으리라.

/권 성 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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