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신화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황 교수 실험농장이 광주에 있는 관계로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사람으로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황 교수가 유명해지기 전 필자는 어느 단체 일원으로 그의 실험농장을 방문한 일이 있다. 그때 그는 한우와 백두산호랑이 복제에 매달려 있었다. 복제 대상을 우리 소와 호랑이로 잡은 뜻이 필자로선 정말 좋아 보였고, 그래서 그랬는지 복제방법, 특히 쇠젓가락으로 콩을 집는 한민족의 섬세한 손놀림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에 큰 감명을 받은 일이 있다.
이후 황 교수와 직접 교류하지 못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동물복제에서 얻은 핵치환 기술을 사람에게도 적용시켜 보고 싶은 욕망이 아마도 그에게 있었을 것이고 그 욕망이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연구로 연결됐을 것이다. 황 교수 이전에도 우리는 이미 난자를 인공 수정, 배양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었다. 다른 어느 나라보다 자신의 자식을 갖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 불임여성을 위한 연구가 많이 진척됐기 때문이다. 그 토대 위에서 대상을 사람으로 바꾼 황 교수의 복제 연구는 빠른 속도로 진척이 있었지만, 초보적 성과가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로 과대 포장되면서 하루 속히 국제특허를 받아야 한다는 국가적인 분위기 속에서 황 교수 자신도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물론 성과를 조작한 황 교수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당연히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혹시 지금 우리가 그동안 황 교수를 맹목적으로 칭찬할 때 했던 것처럼 앞뒤를 생각해보지 않고 사회적인 분위기에 편승해 일방적으로 비난을 퍼붓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 보아야 한다. 정부와 언론이 앞장서 날리고 있는 이 비난의 화살이 황 교수를 넘어 행여 우리의 생명공학연구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도 분명히 되돌아 보아야 한다.
황 교수가 이뤄놓은 성과는 분명히 있다. 마음같아선 황 교수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더 주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이 어렵더라도 제2, 제3의 황 교수가 나타나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만은 만들어 줬으면 한다. 같은 차원에서 경기도에 세우려 했던 황우석 바이오장기연구센터도 황우석 이름 석자만 지우고 그대로 추진, 차세대 대한민국 성장동력이 될 생명공학의 산실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정 진 섭 국회의원(한나라당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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