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도시문화운동-생활공간의 예술화

거리의 담벼락이나 학교담장 등에 벽화를 그리는 게 한창일 때가 있었다. 간혹 무분별한 낙서가 유행됐지만 거리의 벽화는 그 시대를 관통했던 문화현상이었다. 당시의 벽화 등은 예술적 측면보다도 도시의 환경적 이미지를 밝게 할 목적으로 기획된 측면이 강했다. 건물 한 모퉁이에 뜬금없는 조각품이 서 있는 건 건축법 때문이다. 이러한 미술품들은 도시의 환경적 이미지를 밝게 하고 시민들이 잠시 생각의 여유를 갖게 해 주는 역할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나마도 목적의식을 잃은 채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선 충분한 문화 인프라와 인적구성, 프로그램 등도 중요하지만 도시 전체가 문화도시화를 지향하는 도시문화운동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거리의 미술품은 문화도시 형성을 위한 도시 이미지의 창출과 일체성을 나타내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며 그 역할은 재조명돼야 하고 광범위하면서도 전문적인 기획이 필요한 시기다.

미술이 거리로 나와 공공장소에서 표현될 경우 그 효과는 전시장에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과 차원을 달리 한다. 작가들에겐 갇혀있는 전시공간을 벗어나 새로운 공간에서 창작활동을 펼치게 되며, 도시 공간 전체가 신나는 창작공간이 될 것이며, 지역사회 구성원들은 도시 공간과 삶의 현장 속에서 길을 가다가도, 문득 고개를 들다가도 미술품을 대하게 될 때 향유의 깊이는 더욱 깊어지게 된다. 문화도시에 사는 자신을 자랑스러워도 할 것이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도화지가 된 도시를 상상해 보라!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따름이다.

이러한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선 도시의 생활공간을 예술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도시 전체의 스카이라인, 건물과 주변환경과의 조화, 가로수, 공원, 녹지 등 도시경관 등까지도 장기적이고 전문적으로 기획해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게 함으로써 도시 전체가 생활문화공간화, 예술화 등을 시도해 진정한 문화도시로 거듭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에 최근 부천문화재단은 생활공간 예술화의 첫 시도로 지역작가들의 그림을 옥외홍보물로 제작해 ‘아름다운 부천, 건강한 아침’이란 카피와 함께 걸어 놓았다. 이러한 거리미술관은 거리를 오가는 많은 시민들에게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작가들에겐 무한한 공간의 자유로움과 관객과의 새로운 소통채널을 얻게 될 것이라고 자부하면서 도시 전체로 확산되길 기대하고 있다.

미술로 인해 도시가 시각화되고 도시 전체가 예술작품화돼 지역 주민들이 어느 때든지, 어느 곳에서든지 그들이 원하는 문화향수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그런 문화도시가 되길 새해를 맞아 기대해 본다.

/박 두 례

부천문화재단 상임이사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