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송년모임에 자주 참석하게 되는데 여러 모임중 지역사회 범죄예방을 위해 자원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법무부 범죄예방위원들의 송년모임은 주변의 어려운 이웃과 보호관찰대상자 등을 후원하는 행사와 함께 진행돼 왔다. 후원행사는 어려운 이웃과 보호관찰 청소년 등에게 생활비와 장학금 등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진행되고 이어 뷔페식당 등에서 만찬을 함께 하며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한층 정겨움을 느끼게 된다.
많은 보호관찰 청소년들이 법무부 소속 민간 자원봉사자인 범죄예방위원과의 결연을 통해 재범의 굴레에서 벗어나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동력을 얻는다. 살아가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다. 숙명적으로 모든 사람은 싫든 좋든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그를 낳아준 어머니의 세상에 태어난다. 사람의 운명과 관련된 이러한 섭리는 선택이 아니고 주어진다.
보호관찰관으로 매일 만나는 많은 보호관찰 대상자(비행 또는 범죄행위자)들은 이러한 최초의 만남부터 불운을 타고 나지 않았나 생각된다. 상당수 비행 청소년들은 온전하지 못한 가정환경의 영향을 받고 있다. 대체로 이들은 결손가정이거나 빈곤층 자녀, 또는 인성교육의 부재로 규범의식이 미약한 청소년들이 많았다. 이러한 비행 청소년들은 좌절과 실패를 적절히 처리하지 못하고 자학, 도피 또는 공격적인 태도 등 미숙한 방법으로 이를 해결하려고 비행을 저지르거나 불량한 친구와 어울려 충동적 집단행동을 자행한다. 비행 청소년들을 선도·개선하거나 또는 사회적응력을 함양시킨다는 건 결국 이들의 마음을 바꾸고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되기까지 가정환경을 비롯한 주변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기 때문에 가정·사회환경과의 숙명적 관계를 벗어날 수 없다. 심리학자 에릭슨(Erikson)은 “청소년기 발달과업이 원만하지 못하면 성인이 돼서도 부적응을 겪게 된다”고 말한바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떤 만남은 축복된 만남으로 기쁨을 주지만 또 다른 어떤 만남은 불행한 삶을 가져오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잠시 정상궤도를 벗어난 보호관찰 청소년들을 범죄예방위원들이 따뜻한 온정으로 보듬어주는 일은 자원봉사자들에겐 봉사의 보람을 느끼게 해주고 보호관찰 청소년들에겐 자신의 인생에 있어 변화의 계기가 되는 좋은 만남이 되리라고 기대해 본다.
/임 종 호 수원보호관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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