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자연환경에 쉴 새 없이 자신을 적응시키며 생명을 유지해 나간다.

적응을 위해 자신을 얼마만큼 잘 바꾸느냐에 따라 수명의 길이는 물론 행복지수가 달라지지 않나 싶다.

필자가 좋아하는 TV프로중 ‘자연다큐’와 ‘동물의 왕국’이 있다. 이를 보다 보면 말똥구리 같은 곤충부터 사자나 치타 같은 맹수에 이르기까지 살아가는 방법이 다양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배울 점은 대체적으로 힘이 세고 날렵한 동물의 종족은 소멸되고 약하고 작은 동물일수록 번성함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약하고 작은 동물이 환경에 더 잘 적응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즈음 이상 기후로 인한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이런 이상기후가 석탄연료 남용과 난개발로 인한 녹색지대 감소 등 인간의 무절제한 생활에서 비롯됐음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는 몇 년 전 용인 수지신도시 건설시 농지의 시멘트화로 불러 일으킨 엄청난 홍수피해를 기억하고 있는데 이는 농업의 중요성을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대부분 농업을 농산물을 생산하는 기능만 가진 것으로 자칫 오해할 수가 있는데 실제로 농업은 우리의 생명을 유지시키는데 필요한 에너지원을 생산하는 것 이외에도 아주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를 우리는 공익적 기능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논은 무려 춘천댐의 19배가 넘는 물을 보유하고 있어 홍수를 조절해 주고, 지하수 저장 기능, 산소 생산 등 공익적 가치는 농산물 가격의 2배가 넘는 50조원대에 이르고 있다. 경관효과와 문화효과 등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은 가히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올해부터 각급 학교 교육과정에서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에 대해 가르친다니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

‘쌀나무’라고 말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농업과 농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게 해 그저 성적이나 걱정하는 그런 좁은 사고에서 벗어나 생명도, 환경도 생각할 줄 아는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게 될 때 우리나라, 아니 지구의 미래는 밝아질 것이다.

/이충현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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