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그 황당하고 기괴스러운 황우석 사태로 마무리됐다. 병술년 새해가 밝았다고 이 문제가 우리들의 뇌리에서 그렇게 쉽사리 사라질 것 같진 않다. 그만큼 황우석 사태가 온 국민들에게 준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대로 난자 출처 의혹으로 시작된 황우석 사태는 드디어 사이언스에 제출한 지난해 논문이 조작으로 판명되더니 서울대 조사위 발표로 황우석을 세계적인 과학자 반열에 올려놓았던 그 유명한 발명품인 배아줄기세포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황우석 사태는 온 국민들의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했지만 사건의 전개가 잘 짜여진 영화처럼 너무 드라마틱하게 전개돼 이것이 마치 가상현실처럼 느껴질 때도 많았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이 사태가 몰고 온 공황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모든 것이 거짓으로 드러 났는데도 대다수 국민들은 이 사태가 황우석의 파멸로 끝나지 않길 바라는데서도 이 사태는 불란서의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말한 가상현실(시물라크르)에 가깝다. 더구나 모든 주요 언론 매체들이 황우석의 이 가상현실과 기괴스러운 환타지가 마치 이 세상을 구원할 것처럼 거품으로 부풀려 포장했으니 이 모든 것이 거짓과 조작으로 드러 났을 때 국민들의 실망감과 배신감은 공황상태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으리라.
사실 지난해 말미를 지겹도록 장식한 이 황우석 사태를 해가 바뀌었는데도 다시 거론한 건 1개월여를 매일처럼 이 황우석 보도를 접한 필자로선 한 번이라도 이 사건을 표현하지 않으면 병이라도 날 것 같아서다. 사실 생각해 보시라. 우리가 ‘테라토마’, ‘줄기세포’, ‘배반포’ 등 전문 용어를 일생에 몇 번 읊조려 보겠는가. 필자만이 아니고 온 국민들이 이런 전문 용어들을 알게 되고 그와 더불어 황우석 사태의 진전에 따라 얼마나 많은 감탄과 탄식, 기쁨과 울분, 환호와 저주 등을 내보냈는가.
어느 주간지 표현대로 ‘황우석 거짓말 스펙터클’은 우리가 ‘빨리빨리’란 성장제일주의를 달려온 결과이다. 성장제일주의에선 성과와 성장 등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용도가 폐기될 수밖에 없다. 때로 성과에 집착하다 보면 환각과 환상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데 불행스럽게도 황우석에겐 얼핏 세계적인 성과물 ‘맞춤형 배아 줄기세포’의 환상이 보였던 모양이다. 아니 만들어 질 수 있다는 환상일지도 모른다. 이 환상을 좇아 황우석 팀은 내리 달렸던 것인데…. 이 브레이크 없는 황우석 팀을 정부와 언론은 또 얼마나 부추기고 거들었는가. 아무곳에서도 브레이크를 찾아 볼 수 없는 이런 사회를 ‘위험사회’라고 부른다.
전국이 ‘황우석 거짓말 스펙터클’로 들끓었는데 결과는 어떻게 됐는가. 이제 차분히 이 사태로 인한 손익계산서를 작성해 볼 때다. 주요 언론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드는 ‘국가이익’이 이 사태로 인해 무엇을 남겼는지 또는 손해를 봤으면 얼마를 봤는지 말이다. 결론적으로 이 사태가 우리나라에 심각한 타격보다는 국가적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확신도 일종의 환상일지 모르지만, 필자가 지칭하는 국가이익이란 국가의 ‘기’, 즉 에너지를 말한다. 에너지란 물질이 융합할 때도 생기지만 분열할 때도 만들어진다. 또한 조력발전과 같이 엄청난 낙폭이 생길 때도 만들어진다. 이번 사태는 엄청난 낙폭과 반전을 만들어냈다. 다들 아는바와 같이 황우석 신드롬이라고 할만큼 그에 대한 찬양은 냄비처럼 들끓다 하루아침에 그의 거짓말에 대한 비난과 비판으로 들끓었다. 어쨌든 필자는 진실이라고 믿었던 거짓이 진짜 거짓으로 판명되는 이러한 진실의 규명과정이 우리에게 엄청난 ‘문화적 에너지’를 가져다주리라고 확신한다. 우리는 진실로 향하는 이런 과정을 여러번 거쳐야 ‘위험사회’로부터 ‘문화사회’로 갈 수 있으리라.
/김 정 헌
화가·공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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