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천자춘추/지방선거도 월드컵처럼 흥행했으면

2006년 병술년 새해가 밝았다. 이번 주는 새해의 결심을 다지고 계획을 잡는 시기인 만큼 좀 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몇몇 언론이 여론조사를 한 바에 따르면 2006년 한국사회 최대의 과제는 ‘양극화 해소’와 ‘국민통합’이었다. 하지만 또 다른 조사를 보니 ‘새해 들어서도 생활형편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이 59%로 나왔다. 문제가 뭔지는 알지만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별로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소망도 없이 무엇을 이루겠는가? 기대와 실망의 반복 속에 자위책으로 발동된 ‘정치 냉담증’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결국 ‘정치 냉담증’의 최대 피해자는 국민 자신일 수밖에 없다. 다소 억지스럽더라도 병술년 새해는 다시 한번 온 국민이 정치적 열정을 모아보자.

올해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있는 해이다. 국민이 관심 없으면 지방선거는 건달과 지역토호들의 난장판이 되어버린다. 학연으로 지연으로 대충 찍어주면 나중에 뇌물 받고 구속된다. 엉터리 정치는 정치인의 책임이지만 사실 그 인물을 선택한 유권자의 책임이기도 하다.

특히 지방선거는 국회의원선거나 대통령 선거와 달리 좀 복잡하다. 시의원, 도의원, 시장·군수·구청장, 도지사까지 함께 선출하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명을 선택해야 한다. 경기도지사쯤 되는 인물이 아니면 평소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후보들이 많다. 그래서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나중에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동네선거이기 때문에 하늘에 뜬구름 잡는 정치적 언사만으로 땜질되지 않는다. 그만큼 구체적인 정책능력이 검증되는 진검승부일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점에 유권자의 관전 포인트가 있다. 누가 우리 동네 민심을 제대로 읽는 사람인가, 무엇이 우리 동네 고질병을 치유하는 해결책인가 따져봐야 한다.

관중들이 관심이 없어서 그렇지 벌써 경기는 시작되었다. 월드컵에 갖는 열정의 반의 반만이라도 지방선거에 관심을 보여달라고 말한다면 너무 구차한가? 하지만 정직한 바람이다. 국가대표 선수들 하나하나의 특기와 이력을 외우는 것처럼 지방선거 후보들의 면면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지방선거도 월드컵처럼 그렇게 열정적인 축제의 장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열정의 지방선거가 끝난 뒤 독일월드컵으로 가자. 맹목적인 애국주의와 승리지상주의에 함몰되지 않는 길거리 응원축제의 환희를 재현하자.

/안 민 석

국회의원(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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