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끝자락에 서서 되돌아본다. 저물어 가는 한해의 끝자락에서면 서글퍼지지 않았던, 다사다난치 않았던 해도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올해 한 대학의 교수로서 정부에게, 정치인에게, 또한 나랏님에게도 수없이 많은 비판과 주문을 해왔다. 이 땅에서 태어난 고마움에 대한 보답이라는 차원에서 그들에게 너무 가혹한 비판과 주문을 했던 것에 대해 정중히 머리를 숙이는 바이다. 딴은 그들의 잘못만은 아니다. 그들을 뽑은 내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야 되는 일이며 그들을 깨닫게 하지 못한 나의 글재주를 탓하며 머리를 바윗 돌에 찍어야 되는 나의 우매함을 탓할 것인 일을….
나는 이 경기도 지방에서는 유명한 천자춘추에 글을 쓴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많은 격려와 응원 그리고 이 글로 만약 형무소에 갈 지라도 다음 정부에서는 높은 사람이 될 거라 해주셨던 안성 고을원님 등 환희와 기쁨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가슴 한편이 저리는 것은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연말 각종 모임에서 나는 확실히 보았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호는 백년 전의 우(愚)를 다시 범하게 될 것이라는 무서운 사실을….
노론 소론, 동인 서인, 남인 북인 경부선과 호남선의 정도가 아니다. 남과 여의 갈등을 비롯하여 부자와 빈자, 강남과 강북, 검찰과 경찰, 세대별, 친북파와 친미파, 지나간 정부와 현 정부의 갈등 등…. 도대체 누구 때문에 이렇게까지 되었단 말인가? 이런 무서운 망국병인 편 가르기가 왜 벌어지고 있단 말인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더 이상 대통령을 95% 밀어 줬다고 해서 현실에 맞지 않는 호남 고속철을, 갈라진 편의 숫자 많은 쪽을 언제나 밀어주는 등의 발상으로 편을 갈라 권력을 쥐는 일을 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이것은 죽어가는 환자에게 마약을 주는 꼴입니다. 건강한 사람에게도 마약은 단 몇 번에 중독자를 만들지 않습니까? 특정지역, 특정단체에 마약 주기는 한때나마 젊고 패기 있다고 생각했던 노 대통령의 손에서 끊어 없애야 합니다. 계속 해서 나를 95%찍어 주었던 특정지역을 배려하고 무작정 숫자 많은 단체의 손을 들어준다면 민주주의에서는 부끄러운 100% 찬성인들 나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습니까? ‘제발 다시는 나와 같은 불행한…’의 구절을 생각하며 남은 기간만이라도 나의 텃밭에 좀 덜 주고, 나를 미워했던 단체들에게 좀 더 따스한 눈길을 준다면 먼 훗날 나라가 어려울 때 역사의 본보기가 되는 나랏님이 되리라 굳게 믿습니다.
지금까지 사랑해주셨던 경기일보 독자들, 전국체전 4연패를 위해 체중을 줄였던 정승우 처장, 그리고 외자유치를 위해 대한민국 역대 지사 가운데 가장 많은 여행을 한 손학규지사, 새해 병술년에도 선진 경기를 위해 우리 모두 파이팅!
/전 병 관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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