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손의 표정

60년대 프랑스 영화의 명장으로 로벨 브레송이란 영화감독이 있었다. 그는 ‘브로뉴 숲의 여인’이나 ‘소매치기’, ‘카르멜수녀원’ 등을 만들었는데 그는 손의 표정에 대해 각별한 관심이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그가 ‘소매치기’란 영화를 만든 건 소매치기 범죄단의 이야기나 소매치기단의 액션을 담으려는 게 아니라 소매치기의 심리적 갈등을 손의 영상을 통해 포착하려 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표정하면 얼굴을 통해서 나타나는 게 보통인데 브레송은 손을 통해 나타나는 표정을 영상으로 포착하려 했고 ‘브로뉴 숲의 여인’이나 ‘소매치기’ 등 대단히 지루한 영화의 전개에도 압축된 손의 표정 영상으로 인해 긴장감이 감돌았다.

손이 갖는 조형미나 표정에 관심을 갖는 예술가들은 많다. 로뎅의 조각 ‘생각하는 사람’은 얼굴보다도 손의 조형미와 표정으로 인해 ‘생각하는 사람’을 훌륭하게 형상화했다. 얼굴이 한 인간의 역사를 반영하고 있다면 손은 한 인간의 신분과 현재를 표현해주고 있다.

서구의 조각만이 손의 형상미와 표정에 대해 관심을 갖는 건 아니다. 이름 없는 석공 또는 조각가들이 만든 우리의 옛 돌조각도 손의 형상미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의 옛 돌조각 가운데 문인석(文人石)이나 동자석(童子石) 등을 보면 몸은 자연석 그대로 두고 얼굴과 손의 형상미를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얼굴도 사실주의적으로 조각하지 않고 스타이라이스한 경우가 많지만 손의 경우는 사실주의와는 거리가 먼 상징적 수법으로 조각한 것을 알 수 있다. 손은 표현하려는 인물을 상징하고 그것을 조각한 사람의 심성을 반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그래서 문인석이나 동자석과는 어울리지 않게 손은 적게 표현되는가 하면 크게 표현되기도 한다. 손은 인체의 부속물이 아니라 독립된 상징어란 생각이 든다.

며칠 전 어느 방송사가 방영한 한국의 문화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우리의 미륵부처와 관련된 프로그램으로 민간의 미륵신앙사상 등을 다루고 있었다. 불가에선 아미다불이나 미륵불 등 많은 부처님들이 있는데 많은 경우 그러한 부처님이 손의 자세나 모양 등에 의해 구별된다는 점을 알았다. 조각으로서 부처님은 손의 표정에 의해 그 부처님의 성격이 표현된다고 말할 수 있다.

손은 조각의 형상미로도 중요하지만 깊은 종교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부처님의 손은 마치 안테나와 같이 하늘과 우주와 통신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얼굴의 표정이 인간과 인간 사이의 생각과 감정의 통로라면 손의 표정은 하늘과 통하는 통로인 것이다.

/김정옥

박물관 얼굴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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