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차다. 입에선 “춥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11월이니 그럴만도 하지만 새삼 계절의 변화가 있어 우리의 정체를 돌아 보게 해주심이 감사하다.
그러고 보니 자연 어느 것보다 인간의 정체가 눈에 띄는 것 같다. 인간만이 문명을 만들어 발전시켜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내 눈에는 그것이 저 자연이 보여 주는 변화의 모습보다 낫지 않게 여겨진다. 이것이 가을이 내게 주는 감성인지도 모르겠다.
교회 앞에는 벌써 붕어빵 수레가 나와 있다. 우리 교회에 다니시는 분이다. 우리의 세속적 눈으로 보면 이 분은 참 고단한 삶을 살고 계신다. 추위가 시작되는 이즈음 시작된 이 장사는 추위가 가장 기승을 부릴 한 겨울 즈음이 대목이 될 것이고, 어쩔 수 없이 한겨울 장사를 쉴 수 없이 하게 될 것이다.
고단하다. 걱정이 된다. 이 분은 운전도 잘 하신다. 편함을 생각하면 전에 하시던 학생들 등·하교길 운행하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 딱히 이 장사가 수입도 월등히 나을 것 같지 않고 또 여자분인데 저녁 늦게까지 일해야 될텐데….
이 분이 장사를 시작하는 시간이 되면 나오는 동네 어르신들이 계시다. 이 분 나오길 바라고 기다려 붕어빵을 사 드시며 일과의 오랜 시간을 쓰신다. 오십대인 이 분은 그분들의 이야기 상대다. 어르신들은 할 말이 끝도 없이 많고 그 분의 표정은 끝도 없이 밝다. 사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고 내 생활도 고단해 가끔 지겹기도 할만한데, 이 분의 표정은 그저 웃는 것도 아니요. 감동할 만한 밝은 웃음이다. 틀에서 막 나온 붕어빵마냥 따끈한 웃음이다. 나는 웬지 지치고 힘이 없을 때 붕어빵을 사 온다. 천원어치 붕어빵에 계산할 수 없는 따뜻한 미소를 배우고 따라해 본다. 이 분이 붕어빵 장사를 시작할 때 나의 잣대로 재던 게 참 부끄럽다.
우리는 누구나 다 일을 하면서-그것도 나름대로 다들 열심히-산다. 그 일을 하기까지 노력도 했고 고민도 했을 것이다. 그 일을 시작했을 때는 아마 세상이 다 나처럼 행복할거란 생각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 원하던 일을 하고 있는 우리는 행복한가. 그 일을 해서 미소 지으며 다른 누군가에게 미소를 짓게 할 수 있는가. 이 때문에 등 하나 더 켠 것같은 우리 교회앞 골목을 생각하며 거울을 본다. 내가 갖고 있는 감사를 책상에 주욱 꺼내 놓으면 어느새 입꼬리가 올라간다.
/안 명 환 수원명성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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