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하늘은 없다

지난주는 일 때문에 제주도를 다녀왔다. 김포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딛고 섰던 땅을 떠나 하늘로 떠올랐다. 비행기 창문을 통해 그 동안 딛고 살았던 땅을 내려 보니 땅에서 바라보던 하늘과 하늘에서 내려 보는 땅의 느낌이 다르다.

거리를 오고 가는 수많은 사람과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 높이를 자랑하며 선 건물, 울긋불긋 단장하고 있는 숲, 하늘에서 내려 보니 땅에서 바라볼 때와 다르게 느껴진다.

하늘에서 보니 땅의 기준과 하늘의 기준이 분명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다. 땅에선 높이를 자랑하고 수를 세지만 하늘에선 넓이와 양이 보인다. 서울대 정진홍 교수는 ‘하늘과 순수와 상상’이란 책에서 “현대인들은 하늘을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하늘을 쳐다보는 여유조차 가질 수 없이 바쁘게 움직인다. 농경사회에서 아침에 일어나면 하늘을 보았다. 오늘 날씨가 어찌될 것인가가 중요한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하늘을 바라볼 여유도, 이유도 없다. 아침에 TV를 통해 전달되는 일기예보를 들으면 그뿐이다. 하늘이 개입할 여지가 없게 됐다. 사람들이 하늘을 우러러 보지 않으니 하늘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하늘이 무섭지 않느냐”는 말도 하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말로는 민심이 천심이라고 하지만 하늘을 무서워 하지 않으니, 하늘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러니 백성의 마음이 어디 있는지 물어볼 이유도 없다. 그저 힘 자랑, 키 재기를 하며 서로 자신이 높다고 허장성세를 떨뿐이고 하늘의 마음을 묻지 않으니 민심도 물을 이유도 없고 온갖 조작과 가식으로 모아 온 표로 하늘을 대신하고 있을 뿐이다.

하늘이 오염돼 온갖 재앙이 지구촌을 덮을 때도 누가 오염물질을 배출했는지 찾아 헤매지만 진정 하늘을 바라 보지는 않는다.

하늘이 사라진 것이다. 윤동주가 노래했던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의 하늘은 시에서나 존재하는 하늘이고 우리들 가운데 하늘은 이제 더 이상 없다.

잃어버린 우리들의 하늘을 찾기 위해 날마다 시간을 정해두고 하늘을 보는 시민운동이라도 해야겠다. 하늘을 두려워하는 정치인과 하늘이 무섭지 않느냐는 말에 겁을 내는 시민들이 더 많아지도록….

/문 병 하 장암종합사회복지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