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인간에게 내린 경이로운 선물들이 많이 있지만 그중 으뜸가는 것은 표현의 수단인 ‘말’ 하는 것이라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영화속에서 종종 원시 수단으로 결투의 장면도 보곤 하지만 오늘날의 현재, 특히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모든 국가들에 있어서의 합의점 도출은 질서정연한 토론에 의해서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오늘날 우리사회도 올바른 자유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그 역할과 임무를 다하고 있는 중요한 매체인 TV, 라디오들은 나름대로 제법 활발히 그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빈번히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내용을 보고 있노라면 그것은 질서 정연한 가운데 무엇인가 서로 의견 차이를 좁히고 양보하여 합의점을 도출해 결론에 도달키 위함이 아니라 언뜻보기에는 주먹다짐만이라도 말려줄 사회자를 등장시켜놓고 싸우는 시정잡배들의 말다툼 보다도 못한 꼴불견들을 연출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저자거리의 싸움들은 많은 사람들의 편듦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끝나게 마련이지만 매체들에 등장하는 토론 속의 의원님들은, 대학교수님들은, 시민단체의 장들은 제각기 처음부터 아예 만들어서 나온 자기 결론들을 가지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적반하장격의 논리를 편다. 그 모습들에서 나는 그 분들이 과연 토론자로서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의심치 않을 수 없으며, 지적 차원까지도 가소로운 웃음을 보내지 않을 수 없음을 안타깝게 여긴다.
70%의 지지여론을 가지고 나온 사람도 두 사람, 30%의 지지여론을 가지고 나온 사람들도 두 사람, 패널도 정확히 50%, 전화방문, 네티즌들도 꼭꼭 50%의 지지와 반대로 정해놓고 하는 이 토론이 이 사회의 무엇을 위해 필요하단 말인가? 이것은 결론없이 이어지는 차라리 이 국민들을 그 두 양론의 지지하수인으로 만들어 그 틈새를 챙겨 이득을 보려는 정치인들의 장난에 놀아날 뿐이라는 것을 감히 필자는 단정하는 바이다.
이제 이러한 백해무익한 소모성 논쟁은 빨리 집어치워야 한다. 지금 우리 서민들은 여름날 장대비에 불어오르는 한강물 같은 세금에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사오정·오륙도에 이어 이태백이 쏟아져 나오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한가로이 정권의 시녀역할이나 하는 듯한 매체들의 토론은 더 이상 꼴도 보기 싫다. 에이 잡귀야 물러가라! 하루 빨리 성숙한 토론의 문화를 되살립시다.
/전 병 관 경희대 체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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