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문화 패권주의

문화관련 서적을 읽다보면 가끔 울화통이 터지곤 한다. “문화는 평등하며 패권주의가 성립하지 않는다.” 정말 그럴까?

지금 우리는 소리 없는 총성, ‘문화전쟁’ 을 치르고 있다. 외국의 거대자본에 맞서 처절하리만큼 문화전쟁을 치르고 있다. 공연계도 영화계도 모든 문화예술분야에서….

왜 문화잠식을 당하면 안 되는지 그 이유는 자명하다. 우리네 정체성과 관련이 있고 우리 아이들의 교육과도 연관이 있다. 영화를 예로 들어 보자. 우리나라 자동차회사의 수만 노동자들이 2년동안 땀 흘려 만든 자동차의 부가가치가 단 한편의 영화 타이타닉의 부가가치보다 떨어진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물질적 폐해말고도 정말 심각한 것은 정신적 폐해이다. 이미 우리 아이들은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들에 익숙해져 있다. 여기에 외국영화에 의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상황 설정과 허위성, 이념에 대한 무비판, 인종 편견 등까지 가미된다면 그 아이가 성장해서 형성될 가치관은 심각한 수준까지 이를 것이다.

문화자본의 폭력성이 얼마나 무시무시한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거대외국자본-문화패권주의에 맞서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어떤가. 지방분권화시대를 맞아 지역특성에 맞는 문화콘텐츠 개발육성이 시급함에도 총체적인 노력은 커녕 서로를 폄하하는 문화에 익숙한 것 같아 아쉽다.

예로부터 중앙은 ‘모든 문화의 중심지’란 지역적 우월성에 빠져 아직도 지방문화에 대해 평가하기를 주저하고 예산투입마저 인색한 편이다. 그러다보니 지역에 맞는 문화콘텐츠가 나오기 힘들다. 그리고 지방은 지방대로 패배주의의 늪에 빠져 그 노력을 포기하고 만다.

다행히 이번에 중앙과 안산시가 힘을 합쳐 제작한 뮤지컬 ‘꼭두별초’가 성공리에 공연을 마쳤다. 이번 공연을 통해 중앙은 수준 높은 지역브랜드에 대해선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하며 지방은 지방대로 지역특성에 맞는 브랜드개발에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소리 없는 전쟁, 절박한 순간에도 돌아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역특성에 맞는 문화콘텐츠개발에 역점을 두자.

/이 두 철 안산문화예술의전당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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